
그들에게 축구는 유일한 희망이었고,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었다.
2007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 컵 결승전에서 이라크 축구 대표팀은 후반 26분 선제 결승골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은 이라크 대표팀의
투혼에 관중석에서는 슛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라크의 우승은 대표팀 선수보다 국민에게 더 큰 기쁨이었다. 축구를 관람할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결전의 순간을 함께하며 그들에게 찾아온 기쁨의 순간을 즐겼다. 승리는 전쟁과 테러의 상처에 시달리고 있는 조국과 국민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기쁨에 취한 환호의 열기는 더욱 격해졌고, 승리에 취한 인파 속 실탄 세레모니 사고로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결승에 앞서 열린 한국과의 준결승전의 승리를 즐기던 축하인파를 겨냥한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폭격이 휩쓸고 간 거리 곳곳. 전쟁으로 인한, 축구로 인한 비극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은 그곳엔 맨발의
아이들이 바람 빠진 공을 열심히 차고 있다. 아직 그 곳은 전쟁의 위험으로 가득한데, 그들에게 축구는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희망이었다.
작성일 : 2010-08-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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