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

사회적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노동부는 공모사업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단체들을 선정하고, 공모선정된 예비사회적기업에 전국적으로 8천명의 사회적일자리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강원도에서도 올해부터 사회적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되어 고용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사회적기업 육성에 많은 기대를 갖고 토끼걸음을 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문제는 각 지자체나 시민들에게 '사회적기업'이란 용어는 아직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워 거북이걸음에 머물고 있다.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기업을 말한다. 보통 기업이라고 하면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은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는데 꼭 필요한 일들을 찾아내서 그 일을 잘 해결해가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빈곤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주민들에게 안전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고 환경을 지켜내는 일,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지역사회를 개선하는 일 등이 전세계 사회적기업들의 주된 활동이다. 사회적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그런 일들을 오래도록 하기 위함이다. 돈이 우선 목표가 아니란 뜻이다.

사회적기업은 풀뿌리 협동조합의 경험이 오래된 유럽사회에서 폭넓게 성장하고 있다. 대다수가 협동조합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 유형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이처럼 돈보다는 지역사회의 이익에 기여하는 다양한 경제조직들의 활동을 인정하여 폭넓게 '사회적경제 그룹'이라고 부르고, 이들의 활동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기업과 같은 소위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유입 자본' 중심의 부산 vs '협동조합·사회적기업' 중심의 볼로냐

얼마전 방영된 KBS 일요스페셜 '오래된 미래, COOP'이란 프로그램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되는지 잘 보여주었다. 방송내용은 한국의 부산과 이탈리아의 볼로냐를 비교한 것이었다.

1970년대 비슷한 도시규모를 지니고 있던 두 도시의 명암은 30년이 지난 오늘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한다. 외부에서 유입된 대기업, 대자본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부산은 끊임없는 자본의 외부유출로 인하여 오늘날 최악의 실업율과 경제적 위기로 앞이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 경제 회복으로 활기찬 모습의 볼로냐 시민들

하지만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조화롭고 균형있는 경제시스템을 기반으로 현재 유럽의 5대 도시로 성장하였고, 시민의 삶의 질도 대단히 향상되었다고 한다. 볼로냐의 경우 GDP의 35%를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들이 담당하고 있고, 각각의 조직들은 수익을 지역사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환원하여 지역을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훌륭한 사회적기업이란 것이 어느날 갑자기 뚝딱하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기업이 발전했다는 이탈리아의 경우도 오랜 사회운동의 전통과 협동조합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중북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사회적기업들이 생겨나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강원복지포럼에 참가한 노동부 사회적기업 담당자가 이번 공모사업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원주에 대한 기대감을 말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국사회에서 정부가 인정하기 오래 전부터 시민 스스로가 협동조합 방식의 사회적기업들을 만들어 지역사회를 변화시켜온 곳이 원주이며, 이곳의 역사와 경험이 한국 사회적기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시대에 원주의 나아갈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시절이다.

최혁진 사회적기업 원주의료생협 전무이사

* 이 칼럼은 원주투데이 2008년 10월 20일(월)자에 실린 내용을 본인의 승락을 얻어 게재합니다.

작성일 : 2008-10-24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