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체험기 한번 써야지 하면서 내내 미루고 있다가 ‘좌충우돌 적응기’라는 타이틀이 맘에 들어 글쓰기를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드디어 용기를 내어 글을 써 봅니다.
제목대로라면 외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 ‘좌충우돌’ 부딪치면서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겠지만, 사실 저는 그럴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언어를 잘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다행히 불어가 되는 남편이 있어 여러 가지 행정처리와 관련된 민원을 해결할 수 있어 좌충우돌 상황은 피하고 있습니다. 다만, 불어로 1, 2, 3, 4도 모르면서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이방인의 삶이 어떨지, 그리고 벨기에의 생활이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몇몇 분들이 궁금해 하길래 이야기의 실타래를 조금 풀어 보려고 합니다.
▲ 엄형식, 엄하영, 조화연(필자) 당원 가족. 엄형식 당원은 벨기에에서 사회학(사회적경제) 박사과정을 수학중이고, 조화연 당원은 '좌충우돌 적응기'를 꾸준히 연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상도 크기만한 작은 나라. 네덜란드어, 불어, 영어, 독일어 혼용 사용.
벨기에가 유럽에 있다는 정도는 알지만 어떤 나라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초코렛과 맥주 정도만 잘 알려져 있는 벨기에는 서쪽에 북해와 바다 건너 영국과 근접해 있으며, 남쪽으로 프랑스, 북쪽으로는 네덜란드, 동쪽으로는 독일과 룩셈부르크가 있어 서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경상도만한 크기의 작은 나라입니다. 서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벨기에에는 유럽연합 회의, 유럽위원회 등 많은 유럽기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때문에 유럽을 알려면 벨기에를 방문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벨기에의 공식 언어는 수도 브뤼셀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네덜란드어를, 남쪽으로는 불어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7만명 규모의 작은 자치지역도 있습니다. 수도인 브뤼셀에서는 영어, 네덜란드어, 불어를 혼용하여 사용하지만 주로 불어가 많이 쓰입니다. 관련하여 더 궁금하신 분은 http://www.belgium.or.kr/ 벨기에 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벨기에는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만한 작은 나라이지만 서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유럽연합 회의, 유럽위원회 등 많은 유럽기구들이 위치해 있다.
두끼는 '바게트'로... 간식을 싸가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
밥을 먹어야 하는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빵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빵이 주식인 나라입니다. 물론 집에서 한식으로 매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저녁에만 한식으로 요리를 하는 편입니다. 할 줄 아는 요리가 별로 없을뿐더러, 한식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지요.
벨기에 사람들은 아침 식사로 단맛이 나면서 켜가 있어 부드러운 ‘크루아상’을 주로 먹는 편이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조금 작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은 항상 바게트만 사는 편이죠. 이제는 빵집 주인 아주머니께서 제가 바게트를 달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바게트 드릴까요?’하고 먼저 물어봅니다. 다른 이들은 야채나 햄 등을 끼워 샌드위치용으로 만들어 가거나 다른 빵을 섞어 사기도 하지만 불어가 어눌한 제가 항상 바게트빵만 사가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이 된 것 같습니다.
▲ 크로아상(왼쪽)과 바게트(오른쪽)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바게트 빵으로 두끼의 식사를 해결합니다. 아침에는 간단히 버터와 잼을 발라 먹고, 점심에는 야채와 햄을 끼워 다른 맛을 내서 먹습니다. 다행히도 이들의 밥인 바게트가 우리나라에서 먹는 빵과는 달리 질리지 않는 편이라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한국에서의 딱딱한 바게트를 상상하지는 마세요. 아침 6시 30분이면 겉은 딱딱해 보이지만 바스락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속은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찰진 흰 속살이 있는 따뜻한 바게트를 맛볼 수 있습니다. 갓 구운 바게트는 구수한 냄새도 일품이지만 햅쌀로 금방 지은 밥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이 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바게트로 2끼를 먹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1) 바게트의 맛을 알아버려 식빵 맛이 덜 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2) 같은 값으로 배를 좀 더 든든히 하려면 크루아상은 너무 작습니다. 3) 국 끓여야 하는 시간을 아껴 잠을 더 잘 수 있습니다.^^ 4) 한식을 먹으면 입에서 나는 마늘 냄새에 신경이 쓰여 사람들과 접촉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5) 아이와 남편의 도시락을 한식으로 쌀 수는 없잖아요! 이러한 이유 등으로 두끼는 바게트를 먹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의 단점이라면 소화가 너무 빨리 돼 2~3시간 후면 꼬르륵 소리가 나서 간식을 먹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간식과 점심을 싸가야 하루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화장실 이용료가 500원! 화장실 비용 아끼는 법 터득!
▲ 유료화장실 입구. 유럽의 화장실은 유료가 많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만난 유럽의 모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찾자면 화장실 갈 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일 듯 합니다. 이곳에서는 대형마트, 패스트 푸드점,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 등의 화장실 앞에는 꼭 아주머니나 할머니가 책상에서 돈 계산을 하고 계십니다. 이분들은 화장실 관리인으로서 이용료를 받으면서 화장실 청결을 유지합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보통의 경우 화장실 이용료가 30센터로 우리나라 주차장 기본 이용료인 500원 정도를 지불하여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주차료가 아까워 불법 주차를 하곤 하다 딱지를 떼었는데, 이곳에서 노상방뇨를 할 수 없으니 대신 1인의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와 동반해서 볼 일을 보는 등 편법을 쓰기도 합니다.
어느 날 아이가 그러더군요. “벨기에 나빠! 돈 아껴야 하는데 화장실 돈 받고... 그치? 엄마!”
제가 너무 돈 타령을 해서 화장실 비용 때문에 한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당분간 살아야 할 저로서는 벨기에가 우리나라보다 못한 나라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 아이가 언제 갑자기 한국을 가자고 떼쓸지 몰라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해버렸습니다.
“맞아 우리나라가 젤 좋아, 그렇지만 독일은 50센터 내잖아”하고 가까운 독일과 비교해 버렸습니다. (괜히 엄한 독일이 욕을 먹었군요. 국제분쟁이 발생하지는 않겠죠^^) 적절한 답변이 아니라 말하고 나서 혼자 콧 웃음을 쳤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더 컸다면 문화의 다양성, 사회비용, 일자리 효과 등 많은 얘기를 했어야 했겠지만 아직 여섯살인지라 그 정도로 이해를 하고 넘어가더군요.
저처럼 화장실 비용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나름의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1) 외출하기 전 꼭 화장실을 들렀다 나가고 2)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또는 관공서, 대학, 식당이나 까페에서 나가기 전에도 속을 한 번 비워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와 함께 외출을 나갈 때 하루에 많게는 2유로(3,200원 이상) 가까이를 화장실에 지출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좌충우돌 벨기에 적응기'는 계속된다
아니 벌써 A4 두 장을 넘어버렸습니다. 말재주도, 글재주도 없지만 21%나 떼는 부가가치세와 40%가 넘는 소득세, 저녁 7시가 되면 갈 곳 없는 거리와 일요일 한산한 도로 (24시 주점이나 야간 슈퍼를 제외하고는 마트, 쇼핑센터, 관공서 등 대부분 영업이 끝나서 모두 집으로 come back home!), 그래서 노동자가 살 만할 것 같은 세상, 평일 주차장과 도로로 이용되는 곳을 일요일마다 차단하여 재래시장으로 이용하는 모습(시장의 길이가 무려 2km 정도), 유럽 사람들이 썬글라스와 비키니를 착용하는 이유, 6월에 모피 코트를 입고 다니는 사람과 벨기에 날씨 등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나 다음으로 미루고자 합니다.
엄형식당원님의 멀리서의 생활 그리고 잘 적응해가는 모습을보니 기쁨니다. 바게트 빵이 맛있어보이기는한데...빠리바케트,빠리크라상 등등 보면 정멀 먹음직 스러운 빵과 음식이 많은데...된장찌게에 청국장이 그리울 엄박사님의 고생이 보입니다.
마지막 단락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있었습니다.. 휴일 주말에 서울거리는 너무한산하더군요.모두 공원이나 휴식을 취하나 생각을 했지만 집앞건물의 게임방은 인산인해를 넘어 게임기를 차지하려는 다툼까지 있더군요...곧 터진다나..^^ 내가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중하나가(FTA등 반노동적 반농민적 정책을 차후하고 라도..) 노동자 서민의 다수를 길거리에서 놀게 한 이유입니다. 2000년대중반 서울의 은행등 요충지의 빈빌딩및 상가는 모두 게임방으로 변하더군요. 중도 내지는 서민을 위한 정부라는 노무현정부가 어떻게 서민이 집중되고 중산층이 집중되는 지역에 게임방을 우후죽순으로 만드는지....대출,사채,자살등 보이지않는 서민의 몰락을 직접적으로 합법화 시켜나갔습니다.(당시 청와대에서는 발뺌을 하려하지만..) 당시 이명박은 청계천복원을 시작하고 버스전용차선을 준비할때였습니다. 몇몇 유럽식 정책의 흉내를 지지하면서도 실질적이고 실제적으로 내자신이 반노무현인 이유중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왜하는지,.,, 하여간 엄형식당원님 국내에서나 유럽에서나 멋진 모습으로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아~~ 그리고 엄형식당원의 안부인은 처음 보네요. 지면으로나마 처음 인사드립니다. 먼 타국의 외롭고 부족한 유학생활이겠지만 듬직한 남편과 가족이 단란하고 행복해 보여서 부럽습니다.^^ 나중에 가계에 들리시면 스페셜한 안주를 써비스하겠습니다. 유럽에서는 일상이고 별것아닌일이 한국에서는 특별하고 새로울수가 있습니다. 엄형식 당원과 안부인께서 좋은 내용, 생활속에 묻어있는 사회복지정책과 작은 유럽의 방향들을 가끔이라도 접할수 있게되서 정말 기대가 됩니다. 먼 유럽에서 두분과 가정의 안녕과 행복을 생각합니다.
![[중앙당] 당원가입](/images/menu_top_ipdang.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