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찾아와 교육문제 이야기를 나누다

엊그제 진보신당의 당원인 한 후배가 찾아와 지역 교육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배가 꺼낸 이야기는 최근 이범씨가 주경복 서울 교육감 후보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 글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는가 였다. 잘 알다시피 이범씨는 총선 당시 심상정 의원을 지지하였고, 얼마전까지 이인규 후보측 정책담당을 하였다. 이범씨의 글을 보지 않은 나로서는 어떤 답변을 하기 어려웠지만,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지역 교육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 놓았다. 잠시 생각을 더듬으며 그 두서없는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이범 씨의 문제제기, 우려되지만 배울 점도 많다

후배가 언급한 주경복 후보에 대한 이범씨의 문제제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경복 후보의 교원평가 반대, 타당한가? 진보적인가? 반대보다는 원칙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자. 둘째, 외고문제의 대안은 폐지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적극적 정상화하여야 한다. 셋째, 평준화 그 자체가 대안인가? 주경복 후보는 평준화만 강조할 뿐 학교교육의 다양화와 자율화에 대한 비전이 없다. 넷째, 두발 자율화, 일방적 시혜보다는 ‘서울시 학생의회’를 통해 참여적 방식으로 공론을 일으키며 풀자. 나와 후배의 대화는 이범씨의 문제제기 중 우려되는 부분이 많지만 서울시 학생의회와 같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배울 점이 많다는 것에 공감을 표하였다.

진보진영의 교육문제 해법, 지나치게 근본주의적이다

우리는 이범씨의 문제제기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서 진보진영의 교육문제 해법이 지나치게 ‘근본주의’에 빠져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총선 진보신당의 교육정책은 크게 학벌학력사회 해소(학벌학력차별금지법 제정), 대학평준화와 고등교육재정지원 확대, 초중고 무상교육확대 및 열악한 지역 교육여건 개선, 입시폐지를 통한 사교육비 제거 등이다. 이 교육정책을 보면, 대체로 대학평준화와 입시폐지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우리는 이 정책이 ‘바람직함’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실현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정책은 현재의 한국사회의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지나치게 근본주의적이고 그 실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물론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줄기찬 운동이 필요하지만, 이 정책으로는 지역차원에서 당면한 교육문제, 특히 초중등 교육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가기 어렵다. 나는 지난 번 춘천당원 모임에서 교육문제를 이야기할 때 당원들이 근본주의적 해법 이상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역교육문제의 해법, 돌파구는 무엇인가?

지난 총선 때 진보신당의 교육정책을 가지고 지역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때 하나의 단비가 내렸다. 심상정 선본에서 낸 핀란드형 자율형 공립학교 모델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핀란드는 극단적 평준화 속에서도 학교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것이 핀란드를 초중등 및 대학교육 경쟁력 1위의 비결이었다. 이 정책은 사실 민노당 시절이었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이기에 무난히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 이 정책이 나에게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평준화만 있을 뿐 학교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 문제에 대한 이렇다할 해답이 없었던 진보진영의 관성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앙 차원에 머물던 해법을 지역 차원의 해법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 정책도 우리의 보수일색의 교육여건, 특히 더욱더 보수적인 강원지역의 교육여건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정책은 앞으로 우리가 지역교육문제를 푸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자 실험이 될 수 있다.

공교육 속에서 대안학교 실험을 하자!

여기서부터 후배와의 대화는 우리 지역이야기로 옮겨졌다. 나는 춘천지역과 강원지역의 진보신당의 사활에 교육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나는 교육문제를 풀어나가는 기본원칙을 ‘공교육 리모델링’으로 잡았다. 현재 지역의 여러 사람과 교육문제의 해법을 이야기 하면, 앞에서 언급한 대학평준화, 고교평준화 등 평준화를 강조하는 평준화론자들과 학교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대안학교론자로 나뉜다. 나는 평준화론자들에게는 다양성과 자율성의 해법이 없다는 비판을, 대안학교론자에게는 평등과 공교육에 대한 해법이 없다는 비판을 하였다. 나는 이 두 가지 주장을 결합하는 ‘평준화와 공교육 + 학교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단순화하면, 공교육 속에서 대안학교의 실험을 하자는 것이다. 나는 진보신당, 시민사회, 전교조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에서 이러한 구체적인 대안과 실험을 하는 당원 모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물론 전교조 선생님들이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제 그 고민을 지역사회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구체적인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자!

내 꿈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인적자원을 만들고 지역 내의 한 학교, 두 학교부터 시범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실험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학교와 지역 시민사회가 협약을 맺어 방과후 교육과정에 참여하여 새로운 실험을 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 성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토론식 수업, 입시과목으로부터 벗어난 다양한 체험학습, 그리고 공부 잘하기까지...물론 공부 잘하기가 평가의 기준이 될지는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후배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전단계로 ‘춘천대안교육 방학프로그램’, ‘춘천대안교육센터’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나는 후배의 주장에 대해 또 다른 대안학교로 빠지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였고, 후배는 나의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 단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비판을 하였다. 그리고 지금 나열하기 어려운 잡다한 여타의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내놓았다.

다시 돌아와...

나는 후배와의 대화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교육문제를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지역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지역사회에서의 나의 역할, 진보신당 춘천모임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 과정은 솔직하게 많은 것을 터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민노당에서 겪었던 ‘북한 금기’, ‘민주노총 금기’ 등을 깨고 미래의 바람직한 한반도와 통일정책의 상에 대해서, 미래의 바람직한 노동정책의 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할 수 일을 만들어 내야하듯, 이제 ‘근본주의적 교육정책의 금기’를 넘어서서 지역에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구체적인 대안과 실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이야기를 올리는 순간 나는 '교육현장에 무지한 놈', '개량주의자'로 낙인찍힐 것이고(이건 괜찮은데), 기존에 진보신당 정책을 담당했던 사람이 이런 주장을 펴 진보신당 강원도당에 누를 끼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진보신당이기에...

작성일 : 2008-07-20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