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꺼내들었던 것이 정부 기관과 공기업 개혁이었다. 이에 호응해 보수언론은 연일 공공부문의 비효율성과 부정부패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든 보수언론이든 모두 해답으로 내놓은 게 민영화였다. 공공부문을 민간 자본에 팔아치우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흐름은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전 지구적인 것이다. 영국 정부도 최근 우체국을 부분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이라면 1979년에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가 집권하면서 세계 최초로 민영화 대공세를 펼쳤던, 어찌 보면 민영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나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 집권당이 노동당인데, 여전히 민영화에서 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과연 민영화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가? 민간 자본의 채찍 아래 내맡기는 것 외에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일 다른 방안은 없다는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또 다른 대안이 있다. 아니, 이 또 다른 길이야말로 공공부문 개혁의 진정한 방향이다. 그것은 바로 노동자와 시민이 주도하는 민주화다.

민영화의 원조인 영국에서도 민영화가 아닌 민주화를 통해 공공부문을 개혁한 사례가 있다. 영국 최대의 공공부문 노동조합인 유니즌(Unison)이 주도한 뉴캐슬 시민센터 혁신이 그 사례다.  

뉴캐슬의 시민센터는 주로 인터넷을 활용해 민원 업무를 해결하는 지자체 산하 기관이다. 처음에 뉴캐슬 지방정부는 이 기관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당시 지방정부 여당이 노동당인데도 민영화 외에 다른 답을 찾지 않았다. 650명의 일자리가 풍전등화 신세가 되었다.

유니즌의 뉴캐슬 지방정부 지부는 민영화에 반대하며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투쟁을 계속했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민영화 반대 투쟁과 동시에 시민센터를 공공부문으로 존치시킬 또 다른 계획을 함께 추진했다. 노동조합은 독자적인 혁신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공개 입찰에 참여했다. 노동조합의 내부 혁신안과 민간 기업이 제시한 계약안 사이에 입찰 경쟁이 붙은 것이다.

이것은 비단 노동조합만의 시도가 아니었다. 내부 혁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양심적 관리자들도 노동조합의 노력에 동참했다. 노동당 안에서도 당 내 주류 세력의 민영화 시도에 반발한 좌파 성향 지방의원들이 도움을 주었다.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지역운동 단체들이었다. 특히 노동조합과 수십 년 동안 협력 관계를 맺어온 ‘공공 서비스를 위한 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 ‘공공 서비스를 위한 센터’는 민간 기업이 제시한 계약안을 분석하여 그 맹점을 찾는 데 도움을 주었고, 그래서 노조 측 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결국 노조 측 안이 채택됐다. 그와 함께 정리해고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그 이후 5년 넘게 노동조합은 시민센터의 변화를 주도했다. 예산 절감, 서비스 질 개선, 정보통신망 혁신 등 모든 면에서 혁혁한 성과가 있었다.

공공 서비스 혁신에 대한 노동조합의 관점은 그 슬로건―“중요한 것은 사람들이야, 이 바보야”[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이었던 “중요한 것은 경제야, 이 바보야”를 변형한 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윤이 아니라 사람들, 즉 노동자의 역량 강화와 서비스 이용자들의 편의 증진에 경영 혁신의 초점을 두었고, 그것은 곧 높은 서비스 만족도로 돌아오고 있다.

이것이 뉴캐슬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영국 노동조합만 할 수 있었던 일일까?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공공부문 혁신의 열쇠는 공공 노동자가 쥐고 있다. 이제 공공 노동자가 나서서 ‘민영화’가 아닌 ‘민주화’가 해답임을 보여줘야 할 때다.  

작성일 : 2009-06-30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