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산골학교

서울과 경기도경계를 얼마 지나지 않아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굽이굽이 올라 남한산초등학교에 도달했다. 남한산성은 성남이라는 큰 도시에 가까이 있지만 도립공원이라는 이유로 마구잡이 개발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고즈넉하고 단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한산성입구 먹거리촌 앞에 자리한 남한산초교는 소나무 숲의 남한산을 뒷배경으로 전형적인 강원도 산골학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는 전혀 생소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날이 몹시 춥고, 방학중이었으므로 아이들이 학교에는 한명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뒷산의 메아리로 번져 들리는 듯 했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가 없는 학교

남한산초교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관료주의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교사회에 맡겨져 있었다. 교장은 행정지원의 역할만을 자임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학교의 경우 교장에 의해 학교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학교현실을 고려한다면 교장은 자기권리를 포기한 것이라 하겠다.

진보신당 민생정책투어 참가자들이 처음 남한산초교를 방문할 것을 기획했을 때 남한산초에 근무하는 선생님 한분을 소개받아 일정과 관련하여 협의를 했는데 그분이 바로 교장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도착해서 ‘교육기획실’이라는 곳에 안내를 하신분이 바로 우리가 일정을 협의했던 교장선생님이셨다. 우리가 실례를 범한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고, 거리낌없이 일정협의등 실무적인 문제를 아무런 권위도 내세우지 않고 응해주시는 교장선생님께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놀랍기도 했다.

줄세우지 않는 학교 - 창의성과 자율성을 향상하는 교육과정

남한산초교에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수업시간표에는 교과가 2시간 연속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교과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수업의 연속성을 잘 살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또한 휴식시간도 30분을 쉬게 돼 있어서 학습도 충분히, 휴식도 충분히 이루어지면서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일거양득의 교육효과를 볼 수 있었다. 통합학습이라는 교육방식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에 비를 맞고 들어와서 비에 대한 시를 공부하고, 비에 대한 과학적 현상에 대한 공부를 하는 방식이다. 이는 아이들의 학습이해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토요일은 토요체험학습으로만 교과가 이루어 진다.

특활은 집중도를 높이고 아이들의 능력심화를 위해 한학기에 1주일씩 계절학교를 열어 진행한다. 목공, 조리, 수공예등 아이들은 자기적성과 관심에 맞는 특활을 1주일동안 심화연마하게 된다. 2학기에는 춤과 노래, 공연들을 1주일내내 연습하게 하고, 이를 공연을 통해 발표하게 된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없고 당연히 성적표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시험이 없다고 해서 아이들의 학력평가가 낮은 것은 아니다. 자발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학력도 높이는 결과라는 것이 평가과정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이 혁신되어야 하는 이유이고, 경쟁교육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아이가 행복한 학교 - 선생님과 아빠가 피곤한(?)학교

학교의 시설을 만드는 데도 교사들이 전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

시설하나하나에도 아이들의 눈높이와 편의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노력이 배어있었다. 학교교실에는 바닥난방이 되어있어서, 아이들이 누워서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학교시설을 노후해 리모델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설계과정을 선생님들이 한 학기를 논의해 아이들이 자연친화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실앞 평상을 마련하고 교실과의 동선을 최대한 배려하는 설계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만큼 선생님들의 고민과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긴 노동시간과 많은 업무를 교사들의 자긍심과 의지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빠들의 자치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학교들이 엄마들의 참여가 주를 이루고 아빠들의 참여는 저조한 반면, 남한산초교에는 아빠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학교행사시에 아빠들은 행사진행에 필요한 시설물설치를 도와주는 한편, 한 학기에 한번씩 아이들과 캠프에 참가하는 등 아빠들이 학교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았다. 즉 아이들, 선생님, 아빠등 교육주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만드는 학교인 것이다. 그만큼 선생님들과 아빠들의 노력이 많이 드는 학교이다.

교육주체인 선생님과 학부모,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학교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학부모와 교사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멋진 학교가 된 것이다. 

작성일 : 2010-01-25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