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는 질문을 해도 묵묵부답이시군요.
그 결과는 뻔하다고 하더라도
중앙선관위를 당기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했었습니다.
중앙당 대표단은 여성할당을 해야 하지만
강원도당 대표단은 여성할당을 안 해도 된다고 한
중앙선관위의 이번 유권해석은 분명히 당헌 위반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특히 도당 규약에 분명히 대표단이 집행기관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당의 대표단을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식적 기구로 볼 수 없"다는 중앙선관위의 설명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도당의 대표단은 아무런 기능도 수행하지 않는 비공식적 기구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나,
이제는 정말 지치는군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요.
평생 당원으로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떠나려니,
당 때문에 웃고 당 때문에 울었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당 밖의 적과 싸울 때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가장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당내 다른 동지들과의 갈등이었고
당내의 낡은 잔재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작년 강원도당에서 발생했던 폭력사건.
경악스럽긴 했지만, 그런 사건 자체는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문제를 이후에 조직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입니다.
진보신당 강원도당은 그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습니까?
피해자는 탈당했습니다.
가해자는 당내 명망가여서인지 '6개월 자격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는 징계위원회의 권고사항이었던 자발적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6개월 자격정지 기간이 지나고 위원장에 단독 출마한 이후에야 형식적인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과 내용에 사실왜곡 및 2차 가해적 요소가 있어
피해자는 또 다시 분노했고 그의 사과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폭력사건이 발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폭력사건의 가해자는 강원도당 위원장에 당선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내부 문제제기를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제기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문제제기자를 비난하기만 하는,
자기반성능력을 상실한 도당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절망감은 더욱 더 커져갔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와 '피해자의 상처에 대한 몰감수성', '집단적 비이성'...
그러나 여전히
진보신당 자체에 대해서는 신뢰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여성할당과 관련한 이번 중앙선관위의 어처구니없는 유권해석은
제가 탈당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많이 실망했습니다.
유권해석 의뢰 요청을 하기 며칠 전에
선관위원 한 분과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로까지는 실망이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불과 열흘 전에 하셨던 말씀과
어떻게 이렇게 말씀이 다를 수 있습니까?
광역시도당 규약에 대표단이 명시되어 있다면 여성할당을 해야 한다고
님께서 자신있게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그런 경우는 논란의 여지가 없고
다만 '일반명부 1인, 여성명부 1인으로 T/O를 두고 후보자를 공개 모집했는데도 실제로 여성 후보자가 없을 경우에는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의견도 있다고, 그건 좀 논란이 된다고,
저에게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님께서 강원도당에 직접 전화하겠다고 제게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님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전부터 왠지 믿음이 가는 분이었습니다.
님 같은 분이 중앙당에 계시기에
당을 더 신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했기에
충격이 더욱 크고
허무함을 느낍니다.
님이 능력도 뛰어나고 좋은 분이라는 것은 알지만
님 같은 분도 이렇게 결정하게 되는 당내 조직문화가 절망스럽습니다.
진보신당 당원 여러분,
이번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여성 정치 참여 차원에서 얼마나 잘못된 결정인지
언젠가 느끼게 되실 겁니다.
특히 '여성의 정당'을 만들고자 노력하시는 분들께서는
이 문제를 그저 특정 지역만의 문제로 바라보시면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그냥 남의 문제로 보고 넘어가신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10여 년 간 자랑스럽게 간직해왔던
진보정당 당원으로서의 정체성,
이제 미련 없이 벗어던지겠습니다.
지긋지긋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지독한 연애와도 같았습니다.
당에도 제가 도움이 못 되고, 당도 저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군요.
그저 진보적으로 살아가고자 애쓰는 일반 시민이 되겠습니다.
더 이상 시간낭비하며 애쓰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쏟아질 비난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나가려면 조용히 나가라.", "니가 당을 욕할 자격이 있는 놈이냐?" 등)
당을 딴에는 사랑했었던 평당원으로서, 마지막으로 몇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진보신당의 내부 조직문화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간부 당원님들.
패거리주의, '제 식구 감싸기', 권위주의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당내 교육, 특히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교육, 인권감수성 교육을 강화하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훌륭한 당원님들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열심히 살아갑시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