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으로 주목만 받고 청와대로 이사간 다음에는 슬그머니 입을 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눈물의 집단삭발을 하던 대학생들은 연행됩니다. 그러면서 대학등록금이 또다시 인구에 회자됩니다. 머리를 깍은 한 학생의 미니 홈피는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정도 부담스러운지 다들 알고 있습니다. 현행 학자금대출의 문제점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이럴까요.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는 ‘OECD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OECD Indicators)’를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작년 9월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최신인 2008 OECD 교육지표입니다. 출처는 http://www.oecd.org/edu/eag2008입니다. 다만, 거기에 나와있는 재정 관련 수치들은 2005년도 데이터임을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8개 나라는 대학 수업료가 없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정부가 고등교육에 투여하는 재정이 GDP 대비 0.6%로, OECD와 EU 평균 1.1%의 절반 수준입니다. 반대로 민간이 부담하는 재정은 1.8%로, OECD 평균(0.4%)의 4.5배, EU 평균(0.2%)의 9배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정부가 낸 돈은 적고, 학생과 학부모가 갹출한 돈은 많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비용으로 환산해보겠습니다. 2008 OECD 교육지표에서 활용한 2005년 GDP가 810조 5천억원이니, 정부는 약 4조 8천억원을 부담하고 민간은 14조 5천억원 정도를 낸 셈입니다. 그런데 민간에는 사학재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학재단은 인색합니다. 2005년 고등교육의 재단들이 낸 전입금은 고작 1조원입니다. 기부금 등까지 제하면, 학생과 학부모가 갹출한 재정은 약 10조원입니다. 정부의 4조 8천억원보다 2배 많습니다.
이런 모양새는 OECD 국가 중에서 안 좋은 방향으로 2위권입니다. 정부가 내는 돈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적습니다. 민간이 부담하는 재정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여기까지는 웬만하면 다 압니다.
대학의 수업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OECD 국가 중에서는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스웨덴이 무상입니다. 국공립 고등교육기관만 보면 체코, 폴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가 추가되어 총 8개 나라가 무상입니다.
A유형 고등교육기관의 연간 평균 수업료 추정치 (2004-2005학년도, 미국달러의 PPP 환산액)
국공립
사립
체코
0
3,145
덴마크
0
사립이 없음
핀란드
0
0
아이슬란드
0
1,750~4,360
아일랜드
0
0
노르웨이
0
4,800~5,800
폴란드
0
2,710
스웨덴
0
0
프랑스
160~490
미수집
터키
276
14,430
벨기에
661
574/ 746
스페인
795
미수집
오스트리아
837
837
이탈리아
1,017
3,520
뉴질랜드
2,671
미수집
캐나다
3,464
미수집
호주
3,855
7,452
한국
3,883
7,406
일본
3,920
6,117
미국
5,027
18,604
멕시코
미수집
11,359
네덜란드
국공립이 없음
1,646
영국
국공립이 없음
1,859/ 1,737
미국달러의 구매력지수(PPP)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수업료는 3883달러, 사립대학은 7406달러입니다. 국립대학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3번째로 많고, 사립대학은 미국, 터키, 멕시코, 호주 다음으로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립대생은 78%로, 일본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합니다. 미국과 멕시코가 30% 수준, 터키는 8.1%, 호주는 2%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생 전체가 부담하는 등록금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OECD에는 4종류의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최악
OECD는 고등교육 재정지원 형태를 가지고 국가들을 범주화합니다. 수업료가 많으냐 적으냐, 학생지원체계가 괜찮으냐 별로냐 등으로 4종류를 언급합니다.
아무래도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제일 좋은 건 ‘수업료는 적고 학생지원은 괜찮은 그림’이지 않을까 합니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와 체코, 터키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 다음으로 반기는 건 ‘수업료는 적지만 학생지원은 별로인 나라’일 겁니다. 여기에는 폴란드,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포함됩니다.
수업료가 많아도 여러 가지 혜택이 있으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예컨대 등록금이 600만원이어도 장학금으로 400만원을 받으면 실제 부담은 200만원이니까요. 이처럼 ‘수업료는 많지만 학생지원이 괜찮은 나라’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네덜란드입니다.
가장 안 좋은 건 ‘수업료도 많고 학생지원도 별로인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일본은 학생과 가정에 대한 공공보조금이나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에서 한국보다 낫습니다. 곧, 우리나라는 그리 좋은 나라가 아닙니다. 그러니 앞으로 체코나 폴란드, 그리고 비OECD 국가 중에서는 칠레를 부러워해야 합니다.
정부의 장학금․가계지원․학자금대출 지원은 OECD 평균의 1/10에도 못 미쳐
우리나라의 학생지원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OECD 교육지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고등교육에서 GDP 대비 민간부문 공공보조금’ 비율입니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돈은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대학에 직접 주는 방식이 하나이고, 장학금․가계지원․학자금대출 등으로 학생이나 가정에 주는 방식이 또 다른 하나입니다. 대학에 직접 주면 아무래도 수업료가 쌉니다. 학생에게 주면 수업료가 비싸도 지불할 능력이 생깁니다. ‘고등교육에서 GDP 대비 민간부문 공공보조금’ 비율이란 정부가 학생이나 가정에 주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우리나라는 0.018%입니다. OECD 평균(0.25%)의 1/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기타 민간부문에 대한 이전지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타 민간부문 이전지출을 제외하고, 장학금․가계 지원․학자금 대출 등 ‘학생에 대한 재정지원’만 주요 국가별로 산출하면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0.02%로, OECD 평균(0.25%)과 거리가 상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그림에는 없지만, 비OECD 국가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브라질 0.1%, 칠레 0.19%, 에스토니아 0.08%, 슬로베니아 0.3%이거든요.
물론 그림에서 위안을 찾는 분도 있을 겁니다. 폴란드(0.01%)보다 많아서 OECD 국가 중 꼴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를 역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폴란드는 국공립대학의 수업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지원이 적어도,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다른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컨대, 덴마크의 대학은 무상인데, 정부재정으로 학생 지원하는 비중이 왜 0.73%냐고 말입니다. 생활비 같은 걸 지원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에서 생활비 대출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약간 경우가 다른데, 프랑스의 학생 지원은 0.09%입니다. 이건 교육부 재원이 아니면 빠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주택수당입니다. 즉, 각종 수당이나 세금 감면분까지 합한 실제 공공재원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학금, 생활비 지원, 각종 수당, 세금 감면 등 학생의 혜택이 많지 않습니다. 연말정산하면서 교육비 소득공제받는 게 흔할 뿐입니다. 그것도 세금을 낼 정도로 소득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 말입니다.
아, 2005학년도 2학기부터 실시된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이 있긴 합니다.
학자금 대출 이자율이 0%인 나라가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내는 학생 입장에서는 △등록금이 저렴하던가, △장학금을 많이 주던가, △학자금대출을 받되 이자율이 낮고 소득이 생겼을 경우에만 갚을 수 있던가 등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등록금 수준이 높을 경우에는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유용합니다.
그 중에서도 OECD는 저소득층에게 보다 효과가 있는 건 장학금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출은 중상위 소득의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덧붙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장학금이 학자금 대출보다 많습니다. OECD 평균으로 따지면 장학금이 100이고 학자금 대출이 75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는 약 100대 86의 비율입니다. 물론 학자금 대출이 장학금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호주,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등입니다.
이자율은 어떨까요. 아래 표와 같습니다. 호주, 캐나다, 아이슬란드, 일본,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는 재학 중일 경우에는 명목이자율이 없습니다. 0%라는 말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이자율이 세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