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종주 22구간 산행기(시계종주 끝나고 무슨 낙으로 살까?)  
  
2009년 7월 19일 일요일 흐림

시계종주 마지막 구간 산행을 하다. 2007년 3월에 시작해서 2009년 7월에 마쳤으니 2년 4개월 걸렸다. 총구간 22구간, 시계종주구간만 203km다(오르내린 구간까지 합하면 약 260km 정도 된다). 오늘 마지막 구간은 7.7km, 5시간 10분. 이봉철, 오영한, 김은수, 나 이렇게 넷이 산행을 했다. 짧은 거리였지만 오르내림이 많아서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마지막 산행인데 연락도 많이 하지 못했고, 장마철이라 참가인원이 기대만큼 많지는 않았다.  

간밤에 비가 많이 와서 등산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새벽에 비가 그쳐서 길을 떠날 수 있었다. 배재까지 올라가는 길이 아직 도로포장이 끝나지 않아서 공사인부들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길을 통과하지 못하게 막지는 않았다. 길이 워낙 험해서 도로포장을 하면서 나름대로 길을 새로 냈지만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하다. 이 길로 해서 배재를 넘으면 신림면 구학리로 나갈 수 있다. 도로공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완성되면 자전거 코스로 각광을 받지 않을까 싶다.  

배재에서 출발할 때는 길에 이정표도 되어 있고 길도 다듬은 흔적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산림조합에서 등산로로 가꾸려고 하나? 옥녀봉을 지나고부터는 길이 좋지 않아서 지도에 많이 의존해야 했다. 옥녀봉과 갈미봉 사이가 저지대처럼 보여서 길 찾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외촌이 고개가 조심해야 할 대목이었지만 여기라는 직감이 딱 오는 지형이었다. 처음 온 산행코스였지만 어렵지 않게 산행을 마쳤다.  

비 온 후의 습기 많은 날씨였지만 기온이 높지 않고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 때문에 덥지 않았다. 방수되는 등산화와 스패치를 준비한 덕에 신발이 젖지는 않았다. 비 온 후의 습기 때문에 온통 안개로 뿌옇더니 점심 무렵부터 훤해졌다. 안개 자욱한 원시림을 말없이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코스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인상적이었다. 가지 없이 죽죽 뻗은 것도 있었지만 가지를 좌우로 넓게 꿈틀거리며, 혹은 하늘 끝까지 자기 자리를 자랑스럽게 차지한 모습이 씩씩해 보였다.  

봉철씨가 가져온 복분자주, 김은수씨가 가져온 매실주, 오영한씨가 가져온 맥주가 외촌이 고개에서 기어이 동이 났다. 아쉬움에 흥업 밤골에서 뒷풀이를 간단히 했다. 오늘 참가인원이 많지 않아서 다음에 날자를 잡아서 한 번이라도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한 잔 하기로 했다. 남아 있는 회비를 어떻게 쓸지도 논의해야 하고, 다음에는 어떤 테마로 산행을 이어갈지도 궁리해야 한다. 한국산악회 사람들이 우리가 산행한 반대방향으로 최근에 시계종주를 시작했다고 하던데, 그것도 좋지 싶다.  

10:13 배재
11:09 옥녀봉
10:25 역주벌 삼거리
11:45 녹재
12:26-13:14 갈미봉, 점심
14:42 외촌이고개
15:22 외촌
 

작성일 : 2009-07-25 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