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장에 가서 닭을 사왔다. 암탉 두 마리, 수탉 한 마리. 수 탉은 좋겠다. 두 여자 데리고 사니까.
그런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여자 두 마리가 남자 한 마리를 공격하는 형세였다. 4개월째라 여자 남자의 형태가 조금 구분이 힘든 상태이지만 노는 스타일이 남자와 여자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공격적인 남자에 비해 여자 두 마리는 소극적이다.
그런 남자를 여자 두 마리가 함께 방어를 하는 것이다. 역시!
첫 날, 닭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닭장 한 쪽 구석에 몸을 움추리고 세 마리가 서로 붙어서 웅크리고 있기만 했다. 오히려, 뻔뻔한 인간들 보다 더욱 솔직하고 순진한 모습들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그 닭을 키워서 잡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그저 암탉이 빼어내는 계란이나 훔쳐 먹으면서 살아야 겠다는 소심함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닭들아 미안해!
세 마리 닭의 먹이가 풍요로와졌다. 애초에 닭을 이용해서 내 몸에 이로운 단백질만 생각했기에 먹이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을 닭장에 가두어 놓고 내가 빼 먹을 단백질을 생각하는 순간, 그 단백질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식물 처럼 뿌리를 땅에다 박아 놓기만 하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내가 무척 이기적인 인간이었음을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횟집을 드나들면서 손님이 먹다 남은 밥과 키토산이 풍부한 게 다리를 가져다 나르기 시작했고, 드디어 쉰 밥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고, 횟집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짓거리를 서슴치 않게 되었다. 이제, 오로지 닭들의 단백질보다 그들의 생명줄을 이어가는 먹이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다가, 이사를 오면서 애견 데니를 위해 사놓았던 개 사료가 눈에 들어왔다. 엄청난 양을 샀더니 드디어 벌레가 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닭들에게 주니 너무나 잘 먹었다. 고민 하나 해결!
얼마 전에 군인이 살다가 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집을 수리하면서 그 실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군인들의 전투식량이 자루채 남겨진 것이다. 그것도 비상 압축 식량으로. 작은 초코렛 정도의 크기를 하루치 영양분으로 압축해 놓았기에, 그것을 망치로 부수어서 닭들에게 주니까 닭들은 너무나 잘 먹었다.
쉰 밥과 곰팡이 핀 개 사료, 그리고 기한이 지난 군인들의 전투 식량.......이것으로 닭들의 단백질을 훔쳐 먹을 명분이 생겼다.
작성일 : 2009-09-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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