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운동을 어떻게 건설한 것인가?

공장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과 업종을 뛰어 넘어 단결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운동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동안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연대’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모두들 연대투쟁을 말하지만 아직 현실에서 연대는 자신들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투쟁할 때는 연대를 외치지만 자신들이 투쟁하지 않을 때는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연대란 단순하게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연대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는 멕시코 치아파스 원주민의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도우러 온 것이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면 함께 해보자”

그렇습니다. 연대란 내가 힘들기 때문에 요청하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연대란 내가 여유가 있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연대란 치아파스 원주민의 말처럼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을 위해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자는 하나이고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건설할 세상. 그 세상의 모습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과 방법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과 방법, 지향을 무시하고 무조건 연대하는 것은 사실상 연대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건설한 세상은 ‘자유로운 공동체’이며 자유로운 공동체란 각자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함께 토론하고 결경하며, 그 결정에 대해서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건설할 세상은 뛰어난 지도자가 만들어주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운동에서 우리가 반성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중앙집권적 권력의 권위’에 기댄 권위주의적 질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위로부터의 질서정연한 지침과 행동통일만이 운동을 전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권위주의적 질서는 대중의 창의적인 자발성을 가로막고 민주주의를 스스로 질식시킴으로서 우리 운동을 강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후퇴시켜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패배의식은 자연스럽게 노동자주의와 조합주의, 실리주의를 강화시켜 현장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운동의 패배와 후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혁신의 구호는 난무하지만 혁신의 대상들이 혁신을 말하고 혁신을 말하면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혁신은 우리운동에서 일종의 잘 팔리는 상표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중에게 팔기 위해 내 놓은 덕지덕지 이미지화된 상표일 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리는 스스로가 혁신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했던 정파적 질서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비판은 조직에 대한 도발로 간주되고 현장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역동적인 활동가조직이기보다는 권력을 잡기 위한 선거조직이 되었으며, 그러한 권력을 잡기 위해서 상대는 쪽수로 밀어붙여도 괜찮은, 더 이상 동지가 아닌 권력을 잡는데 불필요하고 방해가 되는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논쟁보다는 그것이 과연 자신의 조직에 유리한지 불리한지가 먼저 판단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극복되어야 하다는데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실천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는 것을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그 결과가 긍정적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풀어야한 과제일 뿐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향과 과정, 그리고 그 방법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함께 하자는 고민이 아무런 성과없이 명분쌓기가 되어 괜히 헛힘을 쓰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여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로 자본가들이 처 놓은 그물이 스스로 자신을 올아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현실에서 우리는 아무런 손해가 없으므로 연대할 이유가 없다는 종파적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할 과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생각들을 드러내고 토론합시다. 골방에서 끼리끼리의 토론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그런 토론이 아니라 대중앞에 드러내고 대중으로부터 평가받는 토론을 진행합시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비바람이 아니라 햇볕이었습니다. 광장에서 만나 자유롭게 토론합시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민주주의는 바로 생동하는 광장의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11월 4일 모임을 하자고 제안드립니다.

지역의 노동운동과 연대운동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민주주의에는 자격조건이 없습니다. 조직의 대표자가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발적인 참여가 논의를 풍성하게 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관성을 조금은 털어버리고 만납시다. 옳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행동합시다.

11월 4일 지역의 활동가들이 모여 편안하게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노동자대회 이후 지역에서 고민하는 활동가들이 모여 노동운동을 강화하고 연대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11월 4일 저녁 7시 시간을 비워두십시오.
장소는 추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전공투

작성일 : 2009-10-22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