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는 자리가 중요하다 >  

2009년 10월 25일  일요일  맑음

  백운산 벼락바위봉을 오르다. 10월에는 평소와 달리 마지막 주말인 오늘 산행을 했다. 단풍을 보기 위해서 시간을 맞춘 탓이다. 장소는 치악산휴양림이다. 말이 치악산휴양림이지 사실은 백운산 자락이다.

  이곳의 단풍이 늘 치악산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해 왔다. 오늘 보니 자리가 좋기 때문인 것 같다. 단풍은 보는 자리가 중요하다. 그리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아야 한다. 금대리 쪽이 딱 그렇다. 다른 날 치악산의 다른 곳에 올라가 한 번 확인해 볼 참이다. 사람들이 참 좋아해서 코스 선정한 보람을 느낀다. 휴양림의 낙옆 쌓인 산책길이 아주 이뻤고, 산에서 저 아래로 굽어보는 단풍이 좋았다. 하산해서 금대리 입구의 가게에서 손으로 만든 두부안주로 막걸리를 한 사발씩 마셨다. 주인 인심이 좀 박했지만, 두부와 묵은김치 맛은 일품이었다. 조카와 함께 한 시간이라서 더욱 좋았다. 혼자 등산 왔으면 점심 먹고 벼락바위봉에서 한숨 잤을 텐데 그러지 않았더니 꽤나 졸렵다.

  등산 끝나고 저녁에 제사가 있었다. 제사가 끝나고 나서 집안식구들에게 내년에 출마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형이 내게 꿈을 팔았다. 제사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와서는 대뜸 '내 꿈 사라'고 한다. 형이 꾼 꿈이란게...

  형이 어느 산으로 둘러싸이고 움푹 파인 원주보다 조금 큰 도시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물에 잠기게 될 걸 알았단다.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렸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단지 서 너사람만 형을 따라 산으로 대피를 했단다. 드디어 도시가 물에 잠기고 말았는데, 날씨는 추워져서 형이 살얼음 위를 미끄러져 다니면서 저 밑에 물 속에 잠긴 사람들을 구하러 다녔단다.

  김유신의 여동생들이 꿈을 사고판 게 생각나서 내게 팔기 위해 돌아왔단다. 어머니는 얼른 돈 천원이라도 주고 사야 한다고 옆에서 거들고, 나는 얼른 호주머니를 뒤져 손에 닿는대로 돈을 주었다. 형이 내게 웃옷을 펼치라고 하고 내게 퍼준다. 나는 얼른 갈무리하며 '이제 내 꿈이다' 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내가 산 건 꿈이 아니다. 내가 산 건 꿈이 아니라 나는 형의 정성을 샀다. 내가 이 대목에서 깨달은 것은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점이다. 나의 정성이 형의 정성을 불러온 것이다.      

09:44  휴양림 관리소 출발
10:31  능선
11:30-12:20  벼락바위봉, 점심
12:44  헬기장
13:36  휴양림 관리소 도착

작성일 : 2009-12-02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