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앞장서 치러야 하는 선거가 맞다. 진보정당은 약하다. 민주당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 이길 수 없는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 힘은 없다. 민주당 스스로 이길 수 있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만 진보정당의 양보와 협력이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진보정당이 희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럴 명분도, 이유도,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그런데 최근 야당 선거연합 논의는 진보정당, 특히 진보신당에 민주당 중심의 연합에 참여하라고 압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마치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이 선거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시민단체는 정당 간 노선 및 정책의 차이, 연합의 조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결코 중요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핵심을 뺀 채 변죽을 울리거나 민주당은 놔두고 애먼 정당에 매달려 합치라고만 하니 선거연합 논의의 불을 지펴 봤자 시민들이 감동하고 흥미를 느낄 리 없다. 요즘 선거연합 논의가 그렇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변화의 시늉만 낸 채 선거를 치르게 된다. 만일 패한다면 민주당에 좋은 교훈이 되겠지만, 이길 수도 있다.


물론 승리라고 해봤자 호남 외 수도권·충청권의 몇 석 획득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 걸로 이명박에게 큰 타격을 줄지는 불확실하다. 선거 이후에도 대통령은 이명박이다. G20 개최로 일어설 수도 있고, 남북정상회담 같은 것으로 반전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이 약해진다 해도 박근혜와의 관계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민주당에 대해서는 아닐 것이다. 반MB의 중심축도 민주당에서 박근혜로 옮겨 갈 수 있다.



민주당 준비 안되면 도울길 없어

그러나 민주당은 승리가 자기 체제에 대한 정치적 승인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혁신을 위한 자극도, 변화를 위한 충격도 받지 못하고 지금 상태로 화석처럼 굳어져 갈 것이다. 당연히 그런 몸으로 총선·대선을 잘 치를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 승리는 축복이 아닌 재앙의 씨앗이 된다. 지방선거? 중요하다. 하지만 총선·대선만큼은 아니다.


지방선거 한다고 총선·대선의 전망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민주당이 얼마나 부실한지는 권력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국민참여당 혹은 유시민 정도에 쩔쩔 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야당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참으로 고루 문제를 갖추고 있는 약체 정당이다. 이렇게 반MB도, 국민참여당도 벅찬 민주당이 박근혜를 뛰어넘을 실력을 갖출 리 없다.


그래서인데 대책 없는 반MB 투쟁을 하던 어느 순간 “이게 아니네” 하며 반박투쟁으로 우르르 몰려갈 민주당의 뒷모습이 벌써 눈에 그려진다. 그러는 사이 총선·대선은 끝난다. 나무만 열심히 흔들어대면 무엇하나. 열매가 남의 집 마당으로 떨어지면 다 부질없는 일이다.



10년 실패 반성할 줄 알아야

시민단체, 지식인들은 민주당이 대선을 전망할 수 있게 지방선거에 임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난 10년의 실패를 반성할 줄 아는 새로운 대안세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선거연합을 위한 야당들의 공동 정책, 공동 비전이 그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노동 유연성, 파병 등 핵심 쟁점을 다 빼고 무난한 공약으로 대신할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집권이 불투명하고 신뢰하지도 않는 정치세력의 공약을 믿고 찍어줄 시민은 없다. 전문가를 동원해 분야별 공약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 민주당이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믿고 따를 정치세력이 못 되어서 그런 것이다. 정책과 비전은 그 내용은 물론 그걸 제시하는 세력이 누구인가도 중요하다.


자기 실책과 관련이 있는 정책은 손도 못대게 하면서 앞으로는 잘 해보겠다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믿지 않는 게 좋다. 민주당은 지금 올바로 선거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야당 연합을 논하기 곤란하다. 더 나아진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연대로 큰 힘을 내자는 연합이었다. 그런데 부족한 민주당에 맞춰 키를 낮추는 연합이 되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선거연합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인사들은 민주당이 믿을 만한 세력인지 보증할 수 있는가. 이 민주당으로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못하겠다면, 민주당과 투쟁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