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수도권 1164개 읍·면·동 ‘정치사회 지도’ 분석
ㆍ아파트 많은 동네, 투표율 높고 한나라 지지
ㆍ세입자 많은 동네, 투표율 낮고 민주당 지지

주택소유자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일수록 투표율이 높고, 그렇지 않은 지역일수록 투표율이 낮다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또 내 집 가진 사람과 아파트가 많은 동네일수록 한나라당에 투표하고, 셋방 사는 사람이 많고 아파트 비율이 낮은 동네일수록 민주당(열린우리당 포함)에 투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돈 없는 서민들이 자신의 계급을 배반하고 한나라당에 표를 준다는 일각의 통념과 달리 유권자들이 철저한 계급·계층 투표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씨는 다음주 출간할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후마니타스)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1164개 읍·면·동 별 주택 소유 실태와 투표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 책에 따르면 2004년 총선에서 투표율 상위 20% 지역에서는 내 집을 소유한 사람 비율이 68%, 아파트 거주자 비율이 77%인 반면 투표율 하위 20% 동네들은 내 집을 소유한 사람이 48%, 아파트 거주자가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낮은 지역에서는 민주당(우리당 포함)의 득표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표율 상위 20% 지역에서 각각 한나라당 41%·민주당 31%, 하위 20%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32%·민주당 48%의 득표율을 보였다.



즉 집 소유,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동네에서 투표율이 높았고, 이 동네가 한나라당에 투표한 흐름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민주당은 무주택자 비율이 높은 동네에서 득표율(지지도)은 높았지만, 이 동네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지 못해 선거의 승부가 갈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 민주노동당 득표율는 주택 소유와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뚜렷한 지지 기반이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학력과 종교도 투표 행태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 상위 20% 동네 주민의 대졸 이상 비율은 63%, 투표율 하위 20% 동네는 32%였다. 종교 인구도 투표율 상위 20% 동네의 경우 57%였지만, 하위 20% 동네는 49%였다.



부동산, 학력·종교에 따른 투표 경향은 수도권 1164개 동네들을 투표율 순서에 따라 20%씩 다섯 구간으로 나눴을 때 예외없이 단계적으로 나타났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정부의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 통계자료와 2004년 총선자료 등을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내놓은 손씨는 “사람들이 부동산·학력 등에 따라 계층 투표를 해왔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민주당 등 야당들은 한나라당을 따라갈 수 없는 뉴타운 같은 정책보다 자기 지지층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