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릿광대다>

선거판에서 후보자는 어릿광대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대중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다.

대의민주주의는 대리인을 선택하는 제도이다.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제도이다.

후보자는 선택받기 위해서
자신의 지향을 밝히기 이전에 우선 주목을 받아야 한다.
어릿광대가 되어야 한다.

어릿광대 짓이 몇 년을 준비한 것인지,
얼마나 품위가 있는지는 논할 것이 못 된다.
어릿광대 짓이란 점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의 한 후보자는
단지 한나라당 후보라는 이유로
선거운동 한 번 한 적 없이 당선되었다.
실종된 상태에서 가족들이 후보등록을 했고,
당선된 후에야 사망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건 도대체 어떤 종류의 어릿광대짓이지?

지난 번 선거를 끝내고 난 후 마음의 상처가 컸다.
회복하는데 일 년이 걸렸다.
3년 반 후 다시 출마를 결심하였고,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준비 없이 무대에 올랐다.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는 
좋은 각본, 훌륭한 연출가, 헌신적인 스탭을 만나는 것이다.
내가 어떤 품질의 어릿광대가 될지는 그 다음의 일이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여전히 어릿광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단지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다행히 각본, 연출, 스탭이 훌륭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원주 어디에서 이만한 팀을 꾸리랴?
우리가 어떤 품질의 팀이었는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어제 새벽 6시,
나는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발견했다
4년 전에 내게 투표했다는 남자 하나가
추운 새벽 바람을 맞으며 내게 캔커피를 건네주었다.
500원짜리 물건을 내게 건네기 위해서 그는
10분을 밖에서 기다렸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나는 분발심을 보았다.
나는 기꺼운 어릿광대다. 

작성일 : 2010-03-27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