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빡빡한 현실에서 고생하시는 동지들에게는 다소 붕 뜬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혹시라도 함께 나눌만한 꺼리가 있을까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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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부하는 사회적경제를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무엇이 이 운동을 다른 운동과 구분되게 하는 결정적인 특징일까, 어떠한 보편성이 이 운동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발전시킨 단상입니다. 다양한 피드백을 기대합니다.

1. 두 기독교

어떤 기독교인은 앞으로 올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고 기다리며

교회에 모여서, 기도하고, 찬송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믿음을 갖기를 바란다.

이들은 하나님께 많은 것을 바라고, 은혜와 축복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과 관련된다.

이들에게 세상은 죄많고 사악한 곳이며, 주님이 오셔야만 구원될 수 있다.

어떤 기독교인들은 이미 그들 안에 하나님 나라가 임재해있음을 믿으며

세상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일구고,

같은 실천을 하는 이들을 모두 형제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기도는 자신의 내면을 향하며, 매일의 삶 그 자체이고 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난다.

이들에게 세상은 이미 주님이 일하고 있는 그곳이다.

2. 두 운동

어떤 운동권은 장차 올 혁명을 준비하고 기다리며

조직에 모여서, 학습하고, 토론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기를 바란다.

이들은 국가와 자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투쟁의 승리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해석된다.

이들에게 자본주의 사회는 근본적인 변혁없이는 뜯어고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운동권은 지금 여기, 내 자신을 혁명이 실현되는 곳으로 여기고

동네에서, 이웃 속에서 혁명을 통해 가려고 하는 세상을 직접 실험하고 만들어가며,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 속에서 이미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가 실현되고 있음을 본다.

이들은 변화를 위해 먼저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자신과 공동체의 변화와 성장 속에서 진보에 대한 믿음을 굳힌다.

이들에게 자본주의 사회는 이미 자신을 전복할 새로운 체제를 배태하고 있는 변화중인 공간이다.

3.

각각의 이야기에서,

전자와 후자는 두 개의 병렬적인 선택지인가?

전자는 미숙한 형태, 후자는 성숙한 형태인가?

후자가 전자의 근본성을 위협하는 반동인가?

도래할 하나님 나라에 대한 믿음없는 실천은 지속되기 어려운 여느 도덕 윤리와 다를 것 없고,

세상 속에서의 실천이 없이 휴거와 강림만 기다리는 믿음은 맹신일 뿐이다.

변혁에 대한 희망없는 실천은 가진자들의 도구적인 자선행위와 다르기 힘들고,

지금여기를 변화시킬 생각이 없는 근본적인 변혁은 구호일 뿐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내’ 속에서 통일시킬 것인가? 어떻게 해야 변혁을 품은 일상의 실천이 나를 통해 실현되도록 할 것인가? 나를 통한 운동의 실현이 어떻게 ‘우리’의 운동으로 발전되게 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담론, 조직 그리고 전략은 무엇인가?

운동으로서의 사회적경제는 다분히 후자의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변화한 사회 속에서, 사회와 삶의 문제에 대한 인류의 진전된 성찰적 대응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운동은 긴장 속에서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다’라고 하는 순간 운동은 끝난다.

작성일 : 2010-05-21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