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들만 있는 곳에 안 미친 사람이 가면, 미친 사람들이 정상인이고 안 미친 사람이 비정상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단 그런 곳에서는 미쳤다, 안 미쳤다의 기준 자체가, 흔히 통용되는 그런 기준이 아니게 되겠지요? 즉, "우리는 안 미쳤음. 근데 쟤는 뭐임? 쟨 미친놈임 ㅇㅇ" 하는 의식을, '미친 사람들'끼리 공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가 극단적이긴 합니다만, 사실 이런 예는 일상에서 많이 볼 수 있지요. 이를테면, 전부 다 까만 노숙페이스 바람막이 점퍼를 걸치고 있는데 혼자서 갈색 코트를 걸치고 있을 때의 그 뻘쭘함.

* 대략 이런 느낌...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사진은 특정 인물과는 관계 없습니다.)

 흔히,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른 성격을 가졌을 때, "쟨 나랑 틀려."라고들 많이 말씀하시지요. "쟨 나랑은 틀려서 대범하다."라거나, 하시잖아요? 저도 종종 그런 비슷한 말을 많이 듣습니다. "넌 나랑은 일 하는 방식이 틀리구나.", "넌 나랑은 생각하는 게 틀리구나.", 기타 등등.

 그러나 이는 '틀린' 표현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르다'라고 써야 맞습니다.

 다르다(different) : (형용사) 1.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 2.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

 틀리다(wrong) : (동사) 1.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 2.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

 사전에는 이와 같이 나와 있습니다. '다르다'는 '정답'의 기준이 없는 상태, 다시 말해 누군가의 성격, 옷차림, 외모, 일하는 방식 등등이 서로 같지 않음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고, '틀리다'는 '정답'의 기준이 있는 상태, 다시 말해 법, 규칙, 객관적인 단 하나의 정답 등에서 어긋났음을 나타낼 때 쓰는 말입니다. 즉, '1+1'이라는 수학 문제의 답을 3이라고 말했다면 이는 '틀린' 것이지만, '코펜하겐 기후 협약이 동아시아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사회과학적 문제의 답을, A라는 사람은 "심각하죠"라고 답하고 B라는 사람은 "저탄소 녹색 성장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라고 답했을 때, 이 둘의 답은 서로 '다른' 것이죠.

 '틀리다'라는 표현은 '정답'을 기준으로 하고, '다르다'라는 표현은 '서로'를 기준으로 합니다. 논술 문제에 정답이 없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따라서, 저 사람의 취향은 나와 같지 않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다르다'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만약 '틀리다'라고 표현한다면, 말을 하는 그 자신의 기준만이 정답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아주 오만하고 독선적인 표현으로 들릴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에는, '틀리다'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되겠죠?

* 바쁜 현대인을 위한 요약

1 - '다르다'는 '같지 않다'와 같은 뜻이다. '정답'이라는 기준이 없는 경우에 사용한다.

2 - '틀리다'는 '정답 등의 기준에서 어긋나다'라는 뜻이다. '정답'이라는 기준이 명확할 때 사용한다.

3 - '다른' 것에 대해 '틀리다'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말 하는 사람이 제시하는 기준만이 정답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작성일 : 2010-05-31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