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의 일입니다.
장맛비가 내렸더랬지요.
굵은 비 오는 걸 구경하는데,
막걸리 생각이 나네요.

아하 저기 구석에 한 통이 있지.
한 잔 다음 두 잔,
석 잔 다음 넉 잔,
다 먹고 말았네요.

비는 시원하게 오고,
근데 저 새는 비를 맞으며 어디 가는거야?
취한 김에 시를 하나 지어 볼까?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1행? 으흠 좋아.
2행? 좋아.
3행? 아주 좋아, 이 시의 주제행이야.
4행? 별로...
5행? 에효~
아이고...
에고....
그럼, 마지막 행? 좋아. 

며칠 후 다시 들여다 보았습니다.
도통 진전이 안 되네요.

생각해 보니 이 상황에 들어맞는 시가 있었네요.
도종환의 '우기'라는 시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내 시를 마치지 못할 것 같네요.
옮깁니다.

< 우기 >

- 도종환-

새 한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작성일 : 2010-07-28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