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지대투쟁의 1차전은 패배로 끝났다. 아직도 격한 마음일 구성원들에게 기다렸다는듯이 이렇게 평가를 내리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지난 투쟁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도 낙관적일 수 없다. 심각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왜 이번 투쟁이 패배했는지 이명박정권이 워낙 개념없는 정권이라거나.. 사분위원들의 구성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라거나 하는 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충분히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상지대는 2가지의 장벽에 막혀있는데 하나는 내부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못하고 분열되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지대 문제가 '김문기'라는 프레임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구성원의 총의를 모으지 못했다는 것은 다들 아는 현실적인 문제다. 여기에 지역차원의 충분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원인의 다른 모습인데 상지대문제가 '김문기'의 벽을 넘어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서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부구성원의 총의를 모으지 못한 것을 상지영서대와 한방병원 구성원의 잘못이 있더라도 그들만의 잘못으로 치부해버리는 순간 영원히 내부 구성원들의 단결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간극은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의 단결이기 때문이다. 이제 상지영서대와 한방병원 문제에 대한 능동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과거처럼 양측의 대립이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게 될 것이다. 노동운동에서도 노노갈등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이러한 문제는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에 겨우 시민단체 중심의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그 지지도 사실은 명분 그 이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역의 사회단체를 넘어 시민들의 지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대학이라는 추상적인 구호로 시민단체의 대표들 중심으로 한 활동의 결과이다. 시민들은 상지대를 시민대학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이번 투쟁에서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가장 강력한 김문기 복귀의 반대진영인데도 말이다. 다른 구성원들에게 내미는, 지역의 시민들에게 내미는 진정한 연대에 대해서는 홍세화씨가 대학의 유령이라는 비정규교수의 문제로 제안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진정한 단결과 연대가 무엇이고 그것이 상지대투쟁을 어떻게 강화하고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다... 그리고 대책위구성과정에서 나온 단체들의 불만도 그렇다. 물론 그러함에도 투쟁하는 것이 맞지만... 그리고 중요하게는 '김문기'프레임이 갇히면서 상지대만의 문제로 끊임없이 수렴되는 전술상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상지대는 단순히 김문기만 아니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이 질문은 여전히 상지대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김문기만 막으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대학의 문제, 대학교육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물론 상지대는 임시이사체제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렇지만 현실에 안주한 것도 사실이다. 상지대는 현재 대학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에 파열구를 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단지 봉합된 것에 만족했고, 여전히 사람의 프레임에 갇히면서 전국적인 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건 구성원들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전국에 있는 단체들과 인사들이 지지성명을 내고 촛불집회에 참석한다고 전국적인 투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정권 아래서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의 전국적 사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같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다른 대학과의 연대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물론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사고에 매몰되면서 같은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지만..어떤 사람은 그래서 '공립대학화'를 말하기도 한다. 나는 근본적으로 사립학교법의 개정에 실패했던 것이 부메랑이되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정부가 한나라당과 타협안 재개정안이 김문기가 복귀할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닐까? 법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었다면 복귀할 염두를 내지 못했을텐데 그 여지를 열어 놓았던 결과이기도 하다. 재단 이사장출신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했지만.... 그런데 정작 문제는 상지대투쟁에서의 문제들에 대해서 누구도 비판적으로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일단 벌어지고 있는 사분위와의 투쟁-항의농성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수도 있고,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만 보자면 사분위의 결정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이라고 오판한 것이 패배를 불러온 결정적인 원인이 아닐까? 사분위의 결정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양심? 상식? 정당성? 아니면 현실적인 투쟁의 힘? 이것 모두 오판이었다는 것이 지금의 결과이다. 전술적으로 보자면 프레임의 문제와 더불어 구체적인 투쟁의 방법에 대한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저들이 쳐 놓은 룰에서 투쟁하는 것은 저들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저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길들여진 투쟁으로는 힘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상지대투쟁은 딱 그만큼만 했다. 이렇게 말하면 쇠파이프들고 화염병 들으라는 말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생각 고쳐먹기 바란다. 현재 폭력전술이 먹힐리가 없다. 그렇지만 모든 비폭력이 무기력한 것은 아니다. 능동적이며 적들의 룰을 깨는 투쟁전술을 만들어 내야 했다. 이제라도 그런 투쟁전술을 개발해야 한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정치적으로는 달랐지만 상지대 총학생회의 선거에 연대하기 위해 투표 당일 쇠파이프를 들고 상지대로 연대가서 속칭 백색총학생회와 대치하던 모습이..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백색총학생회의 폭력에 시달렸던 모습들이...그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상지대투쟁을 제대로 견인하지 못한, 제대로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민주노총도 반성하고 심기일전해야 할 일이다. 또 다시 패배하지 않으려면...

작성일 : 2010-08-10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