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소년선봉대에 입대한 지 며칠 후인 1931년 9월 18일 '만주사변'이 일어났다.

중국 심양 류조구에서 일본 만철회사 소유의 철도선을 폭파하는 음모를 꾸미고 그것을 구실로 만주에 대한 무력침공을 개시한 일제는 '후방의 안전'을 기한다는 미명 밑에 조선 사람들에 대한 반동 공세를 전면적으로 강화했다.

일제은 특히 김일성 주석에 의해 새로운 혁명역량이 급격히 자라나고 있는 동만을 비롯한 조선인 거주지역들에서 폭압만행을 더욱 악랄하게 감행했다.

당시 김정숙 여사가 살았던 부암동의 혁명조직에서는 일제가 일으킨 '만주사변'의 침략적 본성을 폭로하고 대중을 반일투쟁에로 더욱 적극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마을사람들의 집회를 중촌학교 운동장에서 열었다.

"강도 일제를 타도하자!"

수많은 군중이 모인 학교운동장은 불야성을 이루었고 투쟁의 함성으로 들끓었다.

군중의 기세가 한창 고조되는 가운데 소년선봉대원인 김정숙 여사가 연단에 올랐다.

여사를 알아본 마을사람들은 "회령집 작은 딸이요!" 하고 수군거리며 놀라움으로 웅성거렸다.

이처럼 큰 군중집회에서 여성이, 더구나 나이 어린 소녀가 연설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 그들이었다.

김정숙 여사는 일제 침략자들의 학대와 구박으로 고향에서 쫓겨나 거친 이역 땅에서 아버지 잃고 수난의 생활을 거듭해온 생각으로 분노와 증오가 솟구쳐 올라 목이 멨으나 힘을 다해 연설을 시작했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 여러분!

우리 조국을 강점한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얼마 전에 '만주사변'을 조작하고 대대적인 무장 침공을 개시하였습니다.

…

어찌하여 우리의 늙은 부모들은 조국을 그리다가 원한을 품은 채 이 거치른 이국땅에서 쓰러져가야 하며 어찌하여 우리 젊은이들이 피눈물 나는 고생 속에서 시들어야 합니까.

이것이 무엇 때문이며 누구의 탓입니까? 그것은 우리나라를 빼앗은 강도 일제와 악귀 같은 지주 놈들 때문입니다.

일제와 악질지주는 우리의 철천지원수입니다.

원수를 때려 부수지 않고서는 누구도 편안하게 살수 없습니다.

모두다 강도 일제를 반대하는 투쟁에 하나와 같이 떨쳐나서야 합니다."

군중들은 여사의 연설에 격동돼 틀어쥔 주먹을 쳐들고 강도 일제와 악질지주 놈들을 타도하자고 외쳤다.

그리고 횃불을 휘두르고 혁명가요를 부르면서 장재촌까지 행진을 했다.

여사도 횃불을 들고 군중들과 함께 걸었다.

이때부터 김정숙 여사는 연길현 팔도구 일대의 사람들 속에 대중의 선봉투사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작성일 : 2010-12-13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