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 노동자들은 4대강 공사를 통해 수입도 높아지고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4대강 공사로 굴삭기가 과잉공급 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4대강 공사에 대한 기대와는 무관하게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굴삭기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실태와 요구안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어제(8일) 개최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의 주최로 과천정부종합청사 외에 강원도청, 인천광역시청 등 전국 8개 시, 도청 앞에서 열린 이 회견에서 굴삭기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열악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 8가지의 요구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했다. △굴삭기 수급조절 △체불 및 어음 근절 △작업시간 단축 △임대료 인상 △표준임대차계약서 의무 작성 △안전사고시 건설사 책임 △건설기계 불법 행위 단속 강화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이 그 내용이다.

건설노조의 이러한 주장은 작년 9월부터 11월 7일까지 전국 굴삭기 노동자 9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불안과 부채에 시달리는 한편 작업여건은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굴삭기 노동자들의 평균 부채는 5880만원으로 부채가 1억원이 넘는다고 답한 노동자도 10%가 넘었다. 이들이 부채에 시달리는 이유는 임금과 굴삭기임대료를 받아 기름값, 수리비, 보험료 등을 빼고 나면 순수입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데 할부금이 월 평균 155만원에 이르러 매달 약 50만원 정도의 적자가 고정적으로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굴삭기를 할부로 구입했다고 응답했다.

고용불안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이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다 대부분 개인적 인맥을 통해 일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개인적 인맥을 통해 일감을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69.8%에 달했다.

하지만 문제는 일감을 받아도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84.1%는 임금이 체불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제 날짜에 못 받고 유보된 경험을 한 경우도 92.7%나 됐다. 다행히 체불된 임금을 받은 경우에도 금액의 50%이하로 받는 일이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굴삭기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노동부 체불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 아무런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본적인 작업환경도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시간은 70%이상이 8시간 초과 노동을 하고 있으며 연장 근무를 하더라도 90%이상은 초과수당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본인이 모두 책임을 졌다고 답한 응답도 62.7%였다. 50%는 임대차계약서도 없이 작업하고 있으며 심지어 건설업체 비리의 온상인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을 강요받은 경험도 85.5%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건설산업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2008년부터 3년 연속 건설수주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1년에도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4대강 공사 또한 2011년 상반기에 마무리가 될 예정이라 이후 건설 노동자들의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