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해방연대의 선전물 중에 노무현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과 관련한 비판 문건의 제목이 '바보야 문제는 제대로 된 일자리야'라는 문건이 있었는데 그걸 패러디해 봤습니다...^^

이번 427보궐선거를 위한 토론회의 전 과정을 통해서 느낀 문제점은 바로 '민주주의'였습니다.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하는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등 진보적 대중조직에서 '민주주의'가 문제였다는 것이 정말 아이러니하면서도 참담하지요. 민주주의도 못하면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니. 이 말은 과정은 어떻게 되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성과주의를 뜻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결정한다'는 폭력적인 파시즘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술의 문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이든 독자후보든-는 부차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공개적인 방침과 논의가 없기 때문입니다."현재의 조건에서 보자면 진보진영의 427보궐선거 대응방침은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데 "이럴수도 있고..저럴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정은 우리가 할테니 너희는 그 결정이 어떻데 돼든지 우리를 지지하면 된다."라고 강요하는 형국이 아닌가요?

물론 아주 뛰어난 지도부 -이런 표현도 사실은 관료주의의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속칭 지도부는 대중의 결정에 따라 집행을 하는 기관이지 결정권한이 있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쫌 거시기하긴 한데, 우리 운동이 이미 관료화되어 있어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혀 가지지 못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긴 합니다.아니면 '까라면 까'는 종파주의에 오랫동안 물들어 있어서인지- 도 올바른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이 소외되고 수동적이되면 아무리 뛰어난 지도부도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이것이 혁명운동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교훈 아닌가요?

민주노동당의 태도가 그렇습니다. 공개적으로 전혀 말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고민이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선거연합을 해야하나..어떤 수준에서 해야하지? 그 결과가 과연 우리가 원하는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날까? 뭐 이런 고민들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대중은 여전히 함께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긴 민주노동당의 일반당원들도 소외되어 있는 마당에 민주노총이나 등등의 조합원대중이 끼어들 자리는 없겠지만요.

문제는 민주노동당만이 아닙니다. 몇 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여전히 민주노총이나 기타 진보적이라고 자임하는 조직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427보궐선거 대응과 관련한 논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 누구의 요청으로 어디서 누구 누구가 모였다고 하는데 그 논의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파적 활동의 오랜 관습이 그 모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언가 확실한(?)결정이 나기전에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그런 자신들만의 방침 말입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정파들은 모여서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그 결과만을 통보하는데 익숙했거든요. 중간에 논의내용이 공개되면 자신들의 권력 -분명하게 권위가 아니라 권력입니다. 물론 그 권위도 문제이지만, 정보를 독점한 사람이 권력도 독점하게 되거든요. 정보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진실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보가 없으면, 또는 엉터리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올바로 판단할 수 없고, 정보를 가진 넘한테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첫 걸음은 바로 정보의 온전한 공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침을 받는 것에 익숙해서 정보공개를 요청하지도 않습니다. 정보공개는 국가권력니나 지자체에 하는 것으로만 아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위험해 지기 때문에 극도로 논의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완죤히 구시대의 유물인데 스스로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그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무논의 내용 공개합시다.뭐 알아야 지지를하든지 비판을하든지 그래서 대안을 내놓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닙니까? 쫌 심할지 모르겠지만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의 하나가 바로 논의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러분들도 이런 상황을 즐기거나 아니면 방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끼리의 연대, 대중을 철저하게 배제하기.

다음 주 월요일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임시대대가 열립니다. 안건은 427보궐선거방침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배연길후보가 조직후보 인준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논란을 생산적 논의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공개해야 합니다. 무조건 민주노동당의 결정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면 곤란합니다. 조직후보 인준을 요청한다는 건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지지를 해달라는 뜻인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지지한다고 결정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포괄적으로 선거전술 전반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것이 맞습니다. 선거연합을 하든, 사퇴없이 완주하든 그 모든 것에 대한 결정을 지지해달라고 말입니다. 아니라면 조직후보 인준을 요청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요?

선택할 수 있는 것은 2가지 입니다. 선거연합이냐 아니냐 입니다. 그것을 문명하게 밝히고 대중의 지지를 받아 조직후보를 인준받기를 바랍니다.

작성일 : 2011-04-09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