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풍경이 역사를 만든다

우리는 현실의 시간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일까
그때, 우리는 스무 살을 살고자 했다
안개 속에서 그저 희미할 뿐인 저 먼 날의 하루
미래를 향해 세월을 축적하기엔
우리의 스무 살은 저 혼자만의 스무 살이 될 수 없었다
거기 행당언덕에서 진사로 가파른 시대 앞에서
그때, 우리는 눈물도 배웠을 것이다
제 살의 아픔 때문이 아니라 역사 앞에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
호적등본 속의 우리가 개인이었다면
가끔 이모집 낡은 서랍에 저당 잡힌 학생증 속의 우리는 전체였다

행당언덕을 오르는 우리들의 스무 살
사랑 혹은 절망이라는 단어로 여백을 채웠던 문학개론이며
빼곡이 밑줄이 그어진 공업화학, 거시경제
오솔길은 무수하게 펼쳐져 있었고
추억은 켜켜이 쌓여갔다
시작은 그렇게 자신만의 스무 살이었지만
역사라는 노트에 새로운 이야기를 적어가는 우리들의 스무 살
매일 밤 어두운 언덕을 등 뒤로 지고 내려오던 풍경이며
거친 시대의 물살 앞에 당당하게 맞선 젊은 혁명가들
저 홀로 모든 삶을 살 수 없었던 스무 살, 그런
스무 살의 풍경이 모여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작성일 : 2011-07-08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