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지도위원 김주익 열사 추도사
 
 
 
처음 본 2년차 때도 울었고, 지금 다시 꺼내 봤을 때도 울었다. 학생회실 라꾸라꾸 침대에서 잉여짓 하던 3년차 시절 정신차리자며 틀었을 때도 울었다. 울고 또 울게 만드는 영상이다. 서서히 맺히던 눈물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에서 터지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민주노조 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에서 한 번 더 터진다. 재벌 비판의 논리 구조에 대해 아주 잠깐 머리 굴리다가, '전태일의 유서와 김주익의 유서, 배달호와 김주익의 죽음의 방식'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저들이 옳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아서 깨진다'에서 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추도사는 끝난다.
 
변한 것 없이 되풀이 된다. 김진숙의 말 그대로다. 김주익이 오른 바로 그 85호에, 그의 추도사를 읽었던 김진숙이 다시 올라가있다.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저들이 나를 버려도, 나는 저들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100가지도 넘는' 김진숙이기에, 전 같지 않은 '희망의 버스', '날라리 외부세력', '국밥집 아줌마'로 놀림 당하면서도 꿋꿋한 김여진이 있기에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누가 옳은가라는 질문은 옳지 않다. '누가 구성한 현실이 옳은가'라는 게 더 정확한 질문이다. 170명의 해고자와 174억의 배당금, 바닥난 수주잔량과 정리해고 없다던 노사협약 사이에서 - 그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속에 '옳음'으로 규정지을 만한 수치가 있기는 한 건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리고 나는 이때 필요한 그람시의 유명한 이야기를 기억해 낸다. 우리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해야 하는 거다. 김진숙이라는 뛰어난 인간의 의지가 6개월 넘도록 파업대오를 흩어지지 않게 붙들고 있다. 이성을 누른 의지다. 이것은 지금 김진숙이면서, 아직 김주익이고, 여전히 전태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많은 김여진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정은임과, 희망의 버스와, 날라리들이 필요하다.
 
 
 

정은임의 FM영화음악 2003년 10월 22일 오프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