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조합원 동지 여러분.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 사무차장이자 지역본부 대협부장을 맡고 있는 이승재입니다.

저는 현재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장의 강제발령 조치를 수용할 수 없어 항의하며 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지부 단위노조 대표자들을 찾아다니며 강제발령 철회 연서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을 많이 만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온라인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강제발령 조치를 겪으면서 “단결”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민주노총의 정신은 단결의 정신이라고 봅니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단결에 있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민주노총이 그간 걸어온 길은 단결을 추구해 온 길입니다. 민주노총, 산별노조 건설, 강화와 부문과 지역의 다양한 단체들과 연대를 추구해온 것은 단결을 확장하는 길이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더 민주노총 내적으로는 단결의 정신을 더 높이 구현해야 합니다.

이번 강제인사발령 과정에서 김희준 본부장은 저에게 본부로 올라와서 일하라고 하면서 “지역지부에서 부딪히는 것이 많은데 지역본부로 올라와서 편하게 활동하라. 그동안 지역지부에서 저를 지역본부로 강제 발령내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지역지부 집행부가 교체된 이후 분명한 이유없이 단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상근 일을 그만두라”, “지역지부 상근일을 그만두고 본부로 가서 일하는 것이 어떻냐”는 압력을 상당히 받아왔습니다. 저는 민주노총 상근간부로서 이를 조직내에서 문제시 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단결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그동안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참으며 제가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번 강제발령조치까지 취해져 버렸습니다.

노동조합내에서도 조합원들간의 갈등이 다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정치적 입장의 차이, 정서의 차이 등 조합원들간에 다른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서로 인정하며 노동조합을 운영하지 않습니까? 다르다고 해서 조합원을 내치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습니다. 만약 노조에서 갈등관계를 이런 식으로 해결한다면 조합과 함께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의견이 다르더라도 다름을 인정하며 단결하는 것이 민주노조의 정신일 것입니다.

그런데 단위노조보다 더 단결을 추구해야 할 지역지부와 지역본부에서 이렇게 인사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설사 원주지역지부에서 강제발령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하더라도 김희준 본부장은 단결을 앞세우며 오히려 원주지역지부를 설득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이번 강제발령 과정에서 최소한의 민주적인 논의의 과정이 결여되었습니다.

이번 강제발령의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인이 대협부장으로서 7월 13일(화)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집행위원회에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준) 강원지역조직 건설 추진의 건" 안건을 제출하였고 “8월내에 민주노동당 강원도당과의 관계를 개선한 이후 논의한다”라고 결정하였고 김희준 본부장은 저에게 “지역본부로 올라와서 민주노동당 강원도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본인은 “지역본부로 올라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은 고민해보겠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제가 "고민해보겠다‘라고 답을 한 것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와 민주노동당 강원도당과의 관계 악화가 지난 4.27 도지사 보궐 선거시 민주노동당 강원도당과 민주당과의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지역본부의 비판과 공식 사과 요구를 결정한 당사자들이 지역본부 임원과 운영위원들이기 때문에 임원들이 결단하고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임원과 운영위원들의 결정으로 진행된 것인데 실무자가 관계 개선에 나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향후 강원지역에서 진보정치대통합을 위해서라도 지역본부와 민주노동당 강원도당과의 관계 개선이 중대한 문제라고 본인은 판단했기에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 원주지역지부에서 근무하면서 할 수 있게끔 해달라“라고 했습니다. 제가 해보겠다고 하면 근무지에 대한 저의 요청을 고려하여 실행해보고 향후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면 또다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노동조합에서도 사용자가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인사 조치를 하면 부당전보로 싸웁니다. 하물며 일반 사업체에 비해 더욱 더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구현하고 있는 민주노총에서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봅니다.

그런데 몇차례 김희준 본부장과 의견 교환은 있었지만 결국은 저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7월 27일 8월 1일자로 본인의 원주지역지부 파견을 면하여 지역본부 근무로 발령하고, 조한경 정책국장을 원주지역지부로 파견으로 명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시행되었습니다.

강제발령 조치를 내리는 과정에서 김희준 본부장은 원주지역지부 지부장, 사무국장, 부지부장들의 의사를 확인했고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원주지역지부장은 임원들이 동의했고 인사권은 지역본부에 있는 것이니 본부로 올라가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강제발령 공문이 시행되기 전에 제가 지역지부 상근자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임원들과 당사자인 저를 포함한 회의를 통해 인사발령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지역지부 단위노조 대표자들의 의견 또한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인사권과 규정만을 앞세우며 공식적 논의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인사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상근자를 임원들의 의사에 따라야만 하는 존재로 보는 시각의 반영이라고 봅니다.

민주노총 조직이 노동운동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동지의 인사문제를 이렇게 처리하면 앞으로 누가 민주노총의 강화를 위해 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어느 조직에서나 인사 문제는 투명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의 강제 발령의 경우 지역본부장과 지역지부 임원들간의 비공식적인 의사 소통으로 진행되었다는 면에서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러한 인사 과정의 비민주성에는 동지 존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는 민주노총에서 상근자와 임원과의 관계는 상하간의 관계이기 이전에 노동운동을 하는 동지관계가 우선이라고 봅니다. 민주노총 지역지부 상근자들은 상근자이기 이전에 노동운동에 대한 자기 의지를 가지고 있는 활동가들이기 때문입니다. 본부장과 상근자와의 관계에도 동지관계를 우선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양자간에는 상명하복이 아닌 평등과 존중의 관계가 우선일 것입니다.

그래서 동지 한 사람의 인사를 결정하는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인사 발령을 내는 것은 노동자가 자기에게 복종해야 할 존재로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노동자를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는 입장은 없습니다. 반면 노동조합에서 인사문제에 신중한 것은 동지의 운동적 생명을 우선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지역본부에서는 대협부장-현재 각 지역지부 상근자들은 지역본부 간부를 하나 더 맡고 있습니다. 저는 대협부장을 맡고 있습니다-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지역본부로 올라오라고 합니다. 올해 초 간부 보직 발령을 낼 때 저는 통일사업을 담당해보겠다고 했는데 대협부장-연대사업, 정치위원회사업, 통일사업 담당- 직함을 주었습니다. 이는 원주에서 상근간부로 근무하면서 대협사업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동안에는 대협부장으로서 본부로 올라와서 하라는 제기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에 와서 대협부장이 단체들과의 사업, 정치사업까지 다 해야 하니까 본부로 올라오라고 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간부 운영이라고 하는 것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에 와서 대협부장으로 지역본부 상근으로 올라오라고 하는 것은 저를 어떻게 해서든 지역본부로 올리기 위한 구실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상반기 해보니까 단체들과의 사업이 중요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대협부장이 지역본부에서 상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지역본부 임원들이 민주노총 지역본부 일을 이전부터 계속 해오던 사람들인데 지역단체들과의 사업이 하반기에 와서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간부로서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1주 넘게 강제발령조치에 대해 항의하면서 본인 또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간부로서 인사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습니다. 정권의 탄압에 맞서 더욱 단결해야 할 시기에 민주노총의 단결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주저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연서명을 받기 위해 단위노조 대표자들을 만나기 위해 조합 사무실의 문을 열 때 망설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강제인사 발령이 저 개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 조직운영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을 어떻게 건설하고 강화해 왔습니까? 오늘의 민주노총이 있기까지 수많은 열사들의 죽음과 과 노동운동 선배들의 피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민주노총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로 인한 외부적 환경은 민주노조운동에 더욱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으로부터 민주노총답게 민주노조를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 강제발령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앞세우며 민주노총으로의 통큰 단결과, 민주노총내의 동지 존중의 풍토를 저해하는 것에 맞서는 것이 민주노총 간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강원지역본부 동지들 중에는 이번 인사조치의 부당함에 동의하는 동지들도 있고, 분란을 걱정하며 받아들였으면 하는 동지들, 인사조치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동지들도 있을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 개개인들이 어떤 생각이든 저의 진정이 민주노총을 혁신, 강화하고자 하는데 있음을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조합원들이 있는 현장으로 만나러 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1년 8월 17일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 이승재 사무차장 드림.

작성일 : 2011-08-17 0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