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본부 인사논란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 제안

-악의적인 정치적 선동을 중단하고 쟁점을 분명하게 하고 대안을 말하라-

민주노총 강원본부인사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글이 8월 2일과 8월 3일에 올라왔고, 당사자인 이승재동지가 8월 17일 올렸으며,'강제발령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연서명 글을 포함하여 4개의 글이 있다.

인사문제와 관련한 논란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민주노총의 인사원칙과 시스템이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총의 인사원칙이 올바르게 마련되었는지, 그리고 올바르게 집행되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부족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규정이 있다면 올바르게 채우고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사논란을 생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논란은 이성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정치적 악선동으로 논란이 커져가고 있다.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비판자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는 '단결'을 해치는 행위이다.

이 문제의 과정과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양 당사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궁금한 사항과 의견을 나누었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 그리고 다른 조합원들과 당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당사자들은 나와의 대화가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일방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견해의 차이이므로 내가 굳이 변명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문제들을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의 해결은 양 당사자의 판단과 결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생산적인 토론과 문제의 해결, 그리고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1.정파적 시각, 음모론에 근거한 논란은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대사가 돼지로 보인다."고 말하자 무학대사가 "나는 임금께서 부처로 보인다."고 답한다. 이 말은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뜻이다. 즉, 어떤 시각으로 사물을 판단하는지에 따라서 달리 보인다는 말이며, 세상에서는 속칭 색안경을 끼고, 자신의 편협한 시각으로 사물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인사발령에 대하여 비판적인 4개의 글 모두 그 기조가 '정치적 음모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총 강원본부가 밝히 인사의 사유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따라서 정치적 악선동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나는 자주대오 -내가 자주대오라고 통칭하는 것은 비판 글을 쓴 사람이 자주대오의 성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자주대오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 이 문제를 시비를 하는 것이야말로 유치한 짓이라는 것을 나도 '밝힌다.'.―가 저지른 잘못된 태도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잘못 -비판 글에서 사용한 표현으로는 '종파주의'적 행위- 에 대해서 반성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 때는 침묵하고 동조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 상대방을 종파주의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한 마디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 먼저다. 자신들이 그런 종파주의적 행위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행위도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들의 합리적인 논리가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서 온갖 투쟁을 예로 들면서 자본가와 비유하는 것도 유치하지 않나? 수해복구에 나서야하는데 희망버스로 정국을 혼란스럽게 한다던 권력과 보수세력들의 악선동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과 결부시키지 말라.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정치적 음모론으로 보일 소지가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원주지부에서의 갈등도 그렇고 후임자가 조한경동지라는 것이 충분하게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렇지만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과 사실이 그렇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야말로 자신이 종파주의적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리고 댓글의 수준들을 보면 자주대오 사이에서는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사유는 제시하지 않고 당사자의 주장인 부당한 인사라는 말만 회자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우려스러운, 종파주의적 행위이다.

그렇다면 그 시시비비는 어떻게 가릴 것인가? 그것은 바로 인사의 사유가 합리적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현상은 본질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이번 인사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라면 인사의 사유는 반드시 합리적 타당성을 결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쟁은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인사의 '합리적 타당성'을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

2. 부족한 것과 올바르지 못한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부족한 것은 사후에라도 채우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해야할 사유가 아니라 준비해야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이번 인사와 관련하여 당사자와 3번의 면담이 있었다. 그 시간이 많고 적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번의 면담으로 양 당사자는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하게 교환했을 것이며, 또 이해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물론 당사자도 시간의 부족을 인사발령 거부의 사유로 주장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시간의 부족은 부당인사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인사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주거지를 옮기거나 출퇴근에 따르는 경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판 글과 쪽글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보다 더 많은 활동을 위해서 주거지를 옮기는 등, 비용이 발생한다면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승재동지는 주거지를 옮기지 않겠다고 했으며, 또한 출퇴근 시 김희준 본부장과의 동행 방법(카풀)을 거부했으므로 주거지 변경과 출퇴근에 따르는 문제가 인사발령 거부의 사유가 될 수 없다.

3. 핵심적인 것은 본인의 동의여부가 인사발령의 핵심 원칙이며 절대적인 기준인가? 하는 것이다.

2개의 비판 글과 2개의 본인의 글, 그리고 쪽글에서 나타나고 있는 핵심적인 주장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인사발령'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인사발령은 본부로의 출근을 전제로 한 것이다. 단일한 지역을 근거로 한 단체의 경우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개의 지역을 포함하는 단체의 경우 인력배치에서 자신의 주거지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활동근거지를 변경하는 인사발령은 불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와 더불어 몇 가지의 사유가 더 있다. 각 사유의 종합적인 판단이 인사발령을 거부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에 살펴보겠다.

책임 있는 활동을 위해서 주거지를 변경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당사자인 이승재동지는 원주에서 근무하면서 대외협력사업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도 단위의 대외협력사업은 주로 도청소재지인 춘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주거지를 춘천으로 옮기는 것이 제대로 된 대외협력 사업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의견이다. 물론 이승재동지는 원주를 주요 활동근거지로 하면서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그리고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판단도, 또한 누구도 다 인정할 수 있듯이 더 많은 활동, 더 효율적인 활동, 책임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주거지를 본부가 있는 춘천으로 옮기거나 춘천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활동가라면 그 조건이 갖추어지면 언제든지 최선의 선택을 위해 주거지를 옮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구하고 준비하면 될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승재동지가 주거지를 본부가 있는 춘천으로 옮기는 것이나 출퇴근을 반대하는 이유의 다른 하나가 '자신은 원주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이승재동지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승재동지부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즉, 각 지역지부의 상근활동가(사무처장)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활동근거지에서 타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 물론 본가라든가 고향, 또는 학업과 직장의 경험이 있는 근거지가 있는 경우는 다를 수 있다. 강원본부는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강원본부가 차후에라도 인사원칙을 세우면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여튼, 그런데 자신의 생활근거지가 변경되는 것이 활동가에서 인사발령을 거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이렇게 본다면 이승재동지도 3번의 생활근거지를 옮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사유는 상당히 부족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은 거론되는 것이 불편하겠지만(..^^) 그렇다면 몇 년간 출퇴근을 하고 있는 조한경동지의 문제와 비교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족 전체가 주거지를 변경하는 것과 독립거주자인 이승재동지가 옮기는 것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인가?

세 번째 문제는 위 2가지 사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논리적 근거의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하자 업무분장에 따른 임무인 대외협력업무를 왜 본인만 해야 하느냐? 다른 상근자가 할 수 있지 않느냐? 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본인의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상반기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가 왜? 이 시점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위해서 본부가 있는 춘천으로 출퇴근을 하라고 하느냐?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반론 또한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왜? 이 시점에서, 왜? 이승재동지에게 대외협력업무가 주어졌는지 그 합리적 타당성에 대하여 토론되면 결론은 분명하다. 이제 와서 말을 바꾸었다는 비난은 궁색하다.

강원본부에서는 이승재동지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다른 상근자가 할 수도 있지만 이승재동지가 가장 적합한 활동가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서의 판단기준은 이승재동지가 대외협력사업의 적임자인가 아닌가? 라는 것이다.

4. 문제해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대안이 토론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글에서도 대안을 말하지 않고 있다. 물론 당사인 이승재동지와 비판 글의 주체는 '인사발령 철회'만이 대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만약 강원본부의 인사가 합리적인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사자인 이승재동지에게 질문을 했다. 만약 이 문제를 다시 재론해서 논의하고 그 논의결과가 똑 같이 나온다면 수용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물론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인사발령을 철회하고 다른 상근자가 새로운 업무를 맡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강원본부가 재논의 한다는 보장도 현재로서는 없다. 이 문제에 대한 강원본부의 입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만약에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그 때는 이승재동지가 수용해야하는데 그 의지를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인사발령 철회만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 논의를 시작하자고 한다. 본인이 밝혔듯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결과에 대해서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승재동지는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거지를 옮기거나 출퇴근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파국으로 가겠다는 것이고 지금까지의 논란이 일방적인 정치적 악선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악의적인 정파싸움으로 몰고 가겠다는 뜻으로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단결을 말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말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분열을 획책하여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는 종파적인 태도이다.

5.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이 논란의 당사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많은 조합원과 대중들이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결정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소통을 주장했던대로 조합원대중과 공개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민주노총을 올바르게 세우는 길이다.

또한 비판의 주체들(2개의 비판 글 작성주체)은 비실명의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의 실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책임 있게 토론에 나서야 한다. 일반 대중도 아닌 활동가가, 한국사회의 운동을 책임지겠다는 활동가가, 책임 있는 정치조직의 활동가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대중의 뒤에 숨어서 비판하는 것은 활동가로서, 정치조직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 스스로 종파주의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는 공개를 기본원칙으로 한다.

작성일 : 2011-08-20 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