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여유롭고 고즈넉한 주말 밤입니다. 11월 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꽤나 지속되었지만 이제는 겨울을 재촉하는 시간의 흐름이 우리를 지배하겠지요?

강원도당 당원 여러분 주말 행복하셨나요?

저는 오늘 하루 종일 도배와 가구 배치로 힘든 노동을 끝내고, 진도홍주 한 잔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오늘 제가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시고는 일을 하나 벌이셨네요. 처음에는 작은방 한 쪽 벽에 곰팡이 때문에 가구배치를 바꾸자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커져 버려서 도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방에 항상 겨울이면 바깥의 찬 공기를 접한 벽에서 곰팡이가 피는데, 하필 장롱도 그 벽쪽에 있습니다. 맞은 편의 안방 쪽 벽에는 냉장고 등 작은 가구들만 있고 통풍도 좋아서 곰팡이가 피지 않는데, 그 놈의 벽은 뒤란의 음지 쪽에 있는데다 커다란 롱까지 있어서 통풍이 안 좋은 탓에 겨울이면 곰팡이가 심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양 쪽의 가구들만 서로 맞바꾸면 통풍이 좋아져서 곰팡이가 덜 필거라고 생각하고 가구배치만 바꾸려고 했드랬죠. 그런데 동생이 이래서 될 일이 아니라면서 곰팡이 핀 벽지도 문제라며 도배를 하자고 하네요. 에구,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그만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네요. 도배, 냉장고와 장롱 속의 물건 옮기기, 가구 배치 바꾸기, 다시 물건 넣기... 에이구 하루 종일 했네요.

지금은 진도홍주 한 잔 했습니다. 가구 옮기다보니까 한 구석에 먹다 남은 진도홍주를 발견했습니다. 헤롱헤롱, 보람찬 하루를 마치고, 술도 한 잔 했고, 요즈음의 나를 돌아보니 행복합니다.

금요일에 도당 운영위 회의를 했습니다. 활기차고 건설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안건은 당대표단 선거유세 준비, 세액공제, 총선기획안 초안 등을 논의했고, 조직국장 인선 문제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뒷풀이를 하러 가는 도중에 '요즘 내가 참 행복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요 며칠 사이 우리 진보신당의 분위기가 '으쌰으쌰 해보자'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9.4 당대회 이후 짜증나고 힘들었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과연 그 때와 똑같은 진보신당인가 하고 의아할 정도로 활력이 넘칩니다. 강원도당 운영위원회의 분위기도 활력이 넘치고 건설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는 나날입니다.

이제 비대위 정국도 마감을 향해 가는 시점입니다. 비대위원으로 참가해서 당이 어려울 때 조그마한 역할이나마 했다는 것도 요즘 나의 행복한 점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주변의 반응이 염려와 걱정이었습니다. 왜 힘들고 욕만 먹을 비대위원을 맡았느냐는거죠. 그렇지만, 저는 진보신당이 이렇게 다시 일어설 줄 알았습니다. 진보신당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혹자는 진보신당에 미래가 없다고, 내년에는 존재조차 사라질거라고 하지만 저는 미래는 결정되어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제가 등산을 좋아하는데요. 등산로는 누가 만들었을까 항상 생각합니다. 등산을 하다보년 길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렇지만, 원래 그렇게 길이 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수 많은 세월 풀과 덩쿨과 나뭇가지와 가시를 헤치며 짐승이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 사람이 다녔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길은 우리가 만드는 겁니다.희망이 있는 한 실수할지언정 우리는 한 좌절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횡설수설하네요. 진도홍주 40도 독주에 맛이 약간 갔습니다. 그래도 글을 쓸 때는 신중해서 항상 다음 날 게시판에 올리는데, 에헤라, 알게 뭐냐. 그냥게시판에 글을 올리렵니다.

강원도당 당원 여러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은 나에게 달려 있고,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때 진정 행복하고, 진보신당의 당원 여러분들도 혼자 행복하려 하지 않는 분들이라는 점 때문에 또 행복합니다. 오늘 하루와, 이번 한 주와, 이 한 달과 올 해가 행복하기를....  

작성일 : 2011-11-07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