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기습적인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우린 막아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미적거리면서 한나라당이 밀어부쳐도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민주노동당은 물리적으로 국회에서의 몸싸움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김선동의원의 최루액 투척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최후의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FTA 문제를 말하면서 미국과 그의 하수인인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해서 매우 분노하고 있고, 우리들은 그러한 대중들의 정서에 한치도 흔들림없이 편승하고 있다. 이명박 사퇴, 한나라당 해체.
FTA 문제는 마지막에 ISD문제-이 문제는 심각한 조항이다.-로 좁혀져서 논란이 됐다. 물론 조항은 조항대로 수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고, 심각한 문제다. 그렇지만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응하는 자본가계급의 폭력아닌가? 한미FTA만 나쁜 것이 아니고 모든 FTA가 사실상 자본가계급의 이익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협정이다. 그것도 독점자본가계급 말이다.
순화된 말로 1%와 99%를 말한다. 이말은 그대로 해석하자면 1%의 자본가계급과 99%의 무산자(노동자,농민,소상공인 등 모두를 포함하는)계급의 이해가 대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쟁의 현장에서는 계급의 문제, 자본주의의 문제가 터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운동의 주체인 우리가 여전히, 오히려 잘못된 국가이데올로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이제 민족국가의 이데올로기는 버릴때가 되지 않았나? 이미 160여년전에 맑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고 했는데. 물론 민족문제를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민족국가간의 갈등이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계급의 문제, 자본주의의 문제를 말해야 한다. 저들은 한나라당 심판하자는 말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를 추종하고 있는 대중이 한나라당을 심판할 수 있을까? 한번쯤은 심판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자유주의자들이 다시 집권한다고해도 김대중,노무현정권처럼 별수없이 자본의 노예가 될 터인데. 통과시킨넘이 정말 웬수이긴 하겠지만, 들여오지 않았다면 통과되지도 않았을텐데 왜 그 최초의 잘못을 우리는 너그럽게 용서하고 있었을까? 한놈 빼고 다 모이면 우리가 이긴다는 알팍한 잔머리가 불러온 참혹한 결과이다.
그래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하자는 말은 사실상 FTA타결을 용서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린 진보정당활동 10년을 통해서 똑똑히 보았다. 이젠 쿵! 하면 담 넘어 밤손님 넘어가는 소리라는 걸 안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하긴 우리가 주장했던 모든 것은 현실성이 없다. 부족하게 만들어진 것들도 예전엔 현실성이 없었던 것이었다. 우린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이렇게 굴러가야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것들을 고쳐쓰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주장을. 그러나 실현되기까지는 그 어떤 것도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현실적이라는 것은 지금의 시스템을 그대로 살려두자는 말이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의 주장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자면 지금 당장! 모든 의원들은 사퇴해야 한다. 사실상 민주당은 이번 날치기의 조연이기도 하다. 그리고 속칭 진보정당 의원들 국회에서 할 일 없다. 지금 거리의 정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그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총,대선에서의 심판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그러니 단 몇달의 의원직으로 엄중한 정세를 농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회를 해산하자. 우리의 운명과 미래는 우리의 손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 300여명이 우리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지 않나?틀에 박힌 사고가 아니라 좀 발칙한 상상을 해보자. 국회 그거 꼭 있어야 하나? 다른 방식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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