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적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해

요즘 시절이 하수상하니 마지막 주제였던 정치활동에 대한 글을 먼저 쓴다.짧은 글로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후 토론으로 더 많은 문제의식과 대안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제목을 달으니 철지난 유행가라고 핀잔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법은 없으니까. 문제는 현실의 정치운동이 더 많은 쪽수를 위해서 자신의 정체성도 버리는 것을 정당화하면서 이제 개념도 모호했던 진보가 자유주의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정도라도 어디냐? 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이 정도까지 올수 있었던 것이 의회정치의 결과인가? 냉정하게 물어보자. 잘하든 못하든 대중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허접한 것이라도 만들 수 있었고 그것을 발판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그 발판마저도 내던져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이것이다. 정체성=계급성을 상실하고 쪽수가 많으면 얻을 것이 많다는 단순한 논리로 자신들의 후퇴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치활동을 정당활동으로 등치시켜버리는 의회주의이다. 이 의회주의는 개량주의와 대리주의를 핵심으로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당장 얻을 수 없으니 타협은 불가피하다면서 실현가능한 것을 자신의 목표로 한다. 현대차울산비정규직투쟁과 한진중공업투쟁 등 곳곳에서 진보정당이 보였던 대타협의 정리를 보라. 노동자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의회에서 자신들의 협상력이 커지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대중의 투쟁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을만큼 확대된 대중투쟁은 의회를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 그들은 자유주의자들과 다르지 않게 ‘의회로의 수렴’을 앵무새처럼 떠든다. 정치는 우리가 의회에서 할테니 당신들은 우리를 지지하라. 이것이 속칭 지금까지 진보정당들의 지고지순한 정치활동의 모든 것이었다.
 

이러한 개량주의적 타협은 속칭 공동정부라고 했던 지자체를 보면 분명해진다. 강원도에서만 보더라도 개발주의에 포섭된 최문순은 골프장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료의 지역거검인 의료원의 체불문제에 대해서도 50%만 받고 나머지는 퉁! 치자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고 있지만, 자신들이 지지했으나 허접한 것으로도 모자라 반노동자적인 공동정부가 깨질세라 다들 쉬쉬하고 있다. 진보교육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시장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저지투쟁에 대한 확실한 대응을 피하고 있다. 그저 과하지 않게 진행하라는 것뿐이다. 여기에 진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을까? 하긴 요즘 진보는 자유주의자들도 선호하는 말이 되었으니 그들이라고 사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하나의 편향은 진보를 가장한 개량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대중을 현혹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태도이다. 세상에! 좌파연하는 사람들이 존경해마지않는 마르크스나 레닌이 의회정치를 부정한 적이 있었던가? 기권은 중용도 아닐뿐더러 의회주의를 오히려 강화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대중을 자유주의자들에게 빼앗기고 도대체 누구와 세상을 바꿀 것인가? 제대로 된 노동자후보의 사자후가 대중에게 들리게 하라. 지금까지 진보정당이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당신들이 직접 나서서 부르주아의회의 계급성을 폭로하고 대중을 투쟁의 올곧은 주체로 나서도록 앞장서야할 책무가 당신들에게 있다.

이 편향은 자유주의자들과의 연대로 귀결되는 ‘활용론’으로도 나타난다. 자신들은 계급적(?)이기 때문에, 의회주의를 거부하기 때문에 정당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선거라는 철이 돌아오면 그 대중적 위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정당에 기웃거린다. 사실은 조합주의일 뿐인데 거친 목소리로 자신들은 계급적이라고 치장할 뿐이다. 활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현실에서 그만큼 힘이 있는 집단을 의미하기 때문에 계급적 정치운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연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는 차라리 기권하는 경우만도 못하다.
 

지금까지의 진보정당운동이 계급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개량주의와 대리주의로 표현되는 의회주의에 빠져 자유주의자들과의 연합도 불사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그 비판세력들은 계급적 정치세력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은 의회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과 구별되는 독자적 정치세력화이며, 내용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계급적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민주대연합을 저지하는 것이며, 민주대연합의 든든한 후원자인 민주노총의 정치방침-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근거로 민주노총은 내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선거연대를 표방한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지지선언을 결정할 것이다.-을 바꿔내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독자적이며 사회주의적인 정당건설은 그 이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작성일 : 2011-11-30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