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강원 > 자유게시판 > 김순자 후보, 사상 최대의 ‘지하조직’이 떴다?

△ 고양 덕양을에 출마한 김선아 후보와 율동을 하고 있는 김순자 후보
ⓒ 프로메테우스 오준호

△ 고양시 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한 김순자 후보. 이날 김순자 후보는 덕양구을에 출마한 같은 당 김선아 후보와 함께 했다. ⓒ 프로메테우스 오준호
김순자 후보는 ‘남한 최대의 지하조직’을 만드는 중이다.

국정원과 청와대의 사찰조직은 머리털이 쭈뼛 설지 모르겠다. 김순자 후보는 전국의 대학 청소노동자들을 만나러 다니는데,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거의 하나같이 컴컴한 건물 지하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60여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청소노동자들은 지하의 좁은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먹기 일쑤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직원들이 ‘청소아줌마’와 같이 밥 먹기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순자 후보는 본인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이고, 이들 청소노동자들의 지지를 모아 국회로 가려 한다. 거대 정당의 후보들이 유세차량을 타고 밝은 도심을 달리며 손 흔들 때, 김순자 후보는 컴컴한 지하로 찾아가 비정규직노동자의 손을 잡고, 그들의 설움과 절망을 듣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다. 이런 청소노동자들의 숫자가 전국에 40만이니, 이들이 김순자 후보를 지지하면 최대의 지하조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을까?

사흘 전 김순자 후보는 페이스북에 충북의 한 청소노동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사망한 얘기를 올렸다. 그 노동자는 가로등도 없는 도로에서 야광 아닌 작업복을 입고 새벽에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비정규직청소노동자는 안전한 작업 공간, 제대로 된 작업복, 견딜 만한 근무 시간,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는 존재다. 김순자 후보는 바로 이들의 얘기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정치의 공간으로 끌어내고 있다.

“학생은 공부 열심히 하고, 근로자는 일 열심히 하고, 정치인은 정치 열심히 하면 사회는 알아서 잘 돌아간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소리지만, 우리는 이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학생과 노동자와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치는 필연적으로 소수 상층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는 가시철조망이 되고 만다. “비정규직 9백만의 대표가 되겠다”며 정치에 뛰어든 진보신당 김순자 후보, 그를 일산에서 만났다. 고양시 덕양구을에 출마한 같은 당 김선아 후보 지원유세를 왔단다. 연일 강행군에 피곤할 텐데도 김순자 후보는 잘 웃었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바쁘시지? 그 동안 선거운동 어떻게 하셨나?

- 전국의 청소노동자들을 많이 만났다. 노동조합마다 현실이 무척 어렵더라. 원주의 상지대학교를 가니 학교에서 노동자들에게 식권을 주다가 갑자기 안 준다더라. 교직원들이 청소 아줌마와 밥을 같이 못 먹겠다고 했단다. 또 청소노동자들이 쉬는 곳은 공통적으로 다 지하더라. 그 사람들 만나려면 그냥 지하로만 가면 되더라. 지하에 가건물 하나 해놓고 거기서 쉬는 걸 봤다.
우리도 따뜻한 밥 먹고 제대로 쉴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밥도 안 주나. 더 기가 찬 것은 식당이 지하에 있더란 거다. 지하에서 쉬는데 그럼 냄새만 맡고 밥은 먹지 마라는 거냐. 노동자들 그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도시락 싸와서 먹는다. 내팽개쳐진 사람이다.

△ 상지대 청소노동자와 간담회 중인 김순자 후보. 청소노동자들이 교직원들의 반대로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 김순자 후보 트위터
어디 어디를 다니셨나.

- 강원도도 가고, 청주 충북대, 전주 전북대 등 주로 대학을 다녔다. 부산 해양대와 고신대엘 갔더니 거기선 하루 종일 장화를 신고 청소를 하더라. 그러면 무좀도 걸리고 건강에 안 좋다. (필자는 인터뷰를 하러 오면서 지하철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의 복장을 떠올려봤다. 작업복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났다) 서울에 와서도 고대, 경희대, 홍익대 등을 찾아갔다. 서울엔 청소노동자들 출근 시간이 새벽 5시에서 6시더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 잠은 언제 자나? 5시에 출근하려면 여자들은 4시에는 일어나 집 정리하고 나와야 한다. 최저임금 받고 일하면서 생활리듬까지 엉망 된다. 이런 노동조건 정말 바꿔야 한다.

그분들 찾아가면 반응이 어떤지?

- 다들 나를 반가워하고 출마 잘했다고 한다. 나도 청소노동자지만 전국에 청소노동자가 그렇게 많은 줄 이번에 알았다. 우리나라 업종 가운데 5번째로 많다. 40만 명이 넘는다. 내가 그 사람들한테 그랬다. 청소노동자 국회의원이 네 명만 있어도 우리 삶이 이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그러면 다들 맞다 하고 박수쳐 준다.
그걸 보니까 내가 우리 학교(울산과학대) 조합원 열다섯 명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무권리 상태에 놓인 사람들 삶의 질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진보신당이 나를 후보로 추천했을 때 망설였다. 정치는 돈, 학벌, 권력 있는 사람이 하는 거라 봤다. 하지만 지금 나서길 잘 한 것 같다.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 지지합니다! 유권자가 다가오자 김순자 후보는 반갑게 손을 맞잡았다. ⓒ 프로메테우스 오준호
트위터에 “박공주는 손이 아파서 악수를 못한다는데 나는 마음이 아프다”고 썼더라.

- 노동자들이 처지 좀 바꾸려고 노동조합만 했다 하면 해고를 시켜버린다. 노조가 있는 곳엔 학교가 복수노조를 만들어 노-노 갈등 붙인다. (경주 동국대, 전북 전주대 등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면 학교 측에서 복수노조를 만들어 교섭을 방해하는 사례가 있다) 대학 학장은 20평도 넘는 자기 사무실이 있으면서 우리는 휴게실 한 평도 안 주나. 노조도 못 만들게 하나. 그래서 마음이 아프더라.

출마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동료들이 말렸다면서.

- 우리 학교에서는 요즘 단체교섭 기간이다. 진보신당과 처음에 이야기할 땐 비례후보 3번이 될 거라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1번을 하라고 연락이 왔다. 조합원들이 3번이면 어떻고 1번이면 어떻냐고 묻더라. 1번이면 국회에 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니까 조합원들이 놀라서 “언니 국회가고 없을 때 우리 탄압받으면 어찌하노”며 걱정하더라. 내가 그랬다. 그건 되고 나서 걱정하자고. 되고 나면 함부로 못하지 않겠나. 우리 조합도 중요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하고 더 많이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했더니 다들 이해해줬다.

정치에 뛰어들어 직접 보시니까 한국 정치의 현실이 어떤가.

- 정몽준씨를 예로 들어보자. 울산 동구에서 5선했다. 여기 동작에 와서 6선하고 이번에 되면 7선이다. 무려 28년이다. 그 28년 동안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졌나? 우리 같은 사람도 잘 살게 해주고 평등할 수 있게 해야 정치 아닌가. 그런데 기업주가 자기 배당금만 챙기고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만 만들면 해고시키는데, 노동자 임금 착취해서 자기 부만 만대유전하는데 그럴 때 정치인들이 뭘 했나. 정치인들이 김정일 나쁘다 하는데, 김정일은 권력세습했지만 재벌들은 기업세습하지 않느냐.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나쁘다 안 하나.

정치인들이 노동자들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인가.

-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앉고 자살을 하고 있다. 사장도 해고 당해보고 정치인도 해고 당해봐야 노동자가 해고될 때 어떤 마음인지 알 거다. 그걸 모르니까 막 해고하는 거라. 내가 60살인데 평생 그 많은 노동자가 해고되는 건 봐도 사장이나 정치인 해고되는 거 한 번도 못 봤다. 이러면서 평등사회냐. 헌법에 평등하다고 되어 있는데 그거 지켜지는지 내 생에 한 번 보고 싶다.

△ “내는 한 사람일지 모린다. 그런데 나한텐 9백만 비정규직이 있다. 청소노동자 국회의원이 네 명만 되어도 사정이 이렇진 않을끼다.” ⓒ 프로메테우스 오준호
국회에 가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은가.

- 근로자파견법을 철폐하겠다. 파견법 없으면 해고 될 일도 줄어든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비정규직 차별 완화한다 임금 좀 올린다 하는데, 그 사람들 절대 안 한다. 할 생각 있으면 국회의원 숫자도 그렇게 많은데 구태여 선거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 뭐 있나? 그냥 지금 해라. 다른 건 날치기도 잘 하면서 와 이건 못 하나?
속고 있는 우리 국민만 불쌍하다. 사회가 바뀌려면 각계각층에서 국회에 가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나는 국회 출근하는 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 쓴 빨간 조끼를 입고 갈 거다. 돈 있는 사람들만 국회 보내면 자기 이익 지키느라 사람들 탄압한다. 그런데 이걸 모르고 찍어주면 계속 악순환이다.

당선되더라도 김순자 후보 한 명이 다른 많은 정치인들 틈에서 제대로 할 수 있겠나?

- 물론 나는 혼자다. 홍희덕 후보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데 또 나 혼자가 아니다. 비정규직이 9백만이다. 9백만이 나와 함께 한다. 그러니 반드시 바뀐다.

정치를 하시게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자신이 있는지.

- 나는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노동조합도 쉬운 게 아니다. 호시탐탐 자본가들이 괴롭히는데, 조합원 마음을 모아야 하고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것과 비교해보면 정치도 그렇게 마음 모으고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면 반드시 정의가 이긴다. 노동조합 할 때도 내가 동료들에게 그랬다. 우리가 뭘 잘못했냐, 정의가 있으면 우리가 이기게 되어 있다. 숫자 많은가 적은가는 상관없다. 바르게 행동하면 이긴다.
또 정몽준 같은 사람은 서민을 모른다. “너희를 위해 잘해주겠다” 그러는데, 정몽준 몇 년 전에 버스비가 70원인줄 알았다고 했다. 에쿠스만 타니까 모르는 거다. 나 같은 사람은 버스비가 얼만지, 어디가 불편하고 안 불편한지 잘 안다. 비정규직의 설움도 내가 제일 많이 안다. 그러니 서민정치도 잘 할 수 있다.

- 월요일에 TV 토론회가 있어 준비해야 한다. 뭐 꾸밀 것도 없고 하고 싶었던 말 실컷 하고 싶다. 후보 되니까 그건 참 좋더라. 예전에는 내 하고 싶은 말 아무도 안 들어주던데. 노동자로서 쌓여 있던 말을 죄 털어놓고 싶다.

요즘 인터넷에 ‘김순자 어록’이 돌고 있다더라. 쉬운 말로 주장을 똑 부러지게 잘 전달하셔서 그런 것 같다. 끝으로 후보님 본인과 진보신당을 자랑한다면.

내가 노래를 좀 잘 한다. 18번은 “노조는 아무나 하나”다. 또 유머스럽다 해서 울산에서 다 나를 좋아한다. 성격도 모나지 않고 두루두루 어울려서, 우리 조합에 연대오는 동지들하고도 다 친하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다 연대해주셔서 눈치가 보여서 아무 당에도 안 들어갔는데, 이번에 사회당과 진보신당 합쳤다. 그래서 진보신당에 가입했다. 통합진보당은 유시민하고 합쳤는데 과거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악법 만들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했나. 그래서 그 세력하고 합친 통합진보당은 마음에 안 들었다. 우리 진보신당이 많이 힘들다. 얼굴 마담들이 많이 가버렸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이 남더라도 진보신당은 바다의 소금 같은 당이 될 거다. 기호 16번 진보신당을 지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