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문막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알루미늄 부품 생산업체 깁스코리아가 최근 폐업을 결정하고 5월 1일부로 직원 135명 전원을 계약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사내하청 업체 직원 52명까지 포함하면 187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게 됐다. 

▲회사의 폐업 결정으로 전원이 해고통보를 받은 깁스코리아 노동자들은 지난 2일 총파업을 결정하고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파업 4일차를 맞은 6일 오전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깁스코리아 스티브 J 핸리 대표이사는 지난달 29일 사무직 직원들을 소집해 “더 이상의 사업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 하에 2012년 5월1일부로 폐업 한다”고 통보하고 같은 날 노조와 직원들에게 ‘고용계약종료통보서’를 발송했다.

이에 노조 측은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 통보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박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지난 2일부터 각 가정으로 “당사는 경영상 이유로 인하여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바, 5월1일부로 사업을 폐지하고…귀하와의 근로관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내용의 고용계약종료 통보서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2일 일방적 폐업·해고 통보에 반발하며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계 기업인 깁스코리아는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회사 측이 최종인수 업체로 제시한 A 기업이 부실·투기 자본이라며 노조가 반발하면서 A업체와의 매각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2월 중순부터 노조와의 협상을 중단해오다 이 같은 폐업 결정을 통보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사업성이 없다는 회사 측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 자료에 따르더라도 매출액은 매년 상승하고 고용 규모는 전혀 늘지 않았는데도 사측은 매년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해왔다”며 “적자가 발생했다고 하는 시점은 깁스 자본이 중국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2006년부터”라고 말했다.

또 “깁스가 한국공장을 인수한지 12년이 넘었으나, 신규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 등을 위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20년이 넘은 설비로 운영 하면서 로열티 등으로 초기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며 “중국공장을 설립하고 한국공장의 직원 2명을 지난 5년간 장기 파견해 기술을 이전하는 등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니까 노후화된 설비에 대한 신규투자가 필요한 한국 공장을 버리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사는 지난 2003년부터 로열티 명목으로 매년 매출액의 2.5% 이상을 본사로 지급해왔다.  노조 측은 “깁스 자본은 철저히 먹튀 자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일터를 잃는다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 기반을 잃는 것임에도 미국계기업인 깁스자본이 철저하게 한국공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만 환수하고 피땀 흘려 일한 노동자의 생존권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깁스코리아는 99년 만도의 다이캐스팅 사업을 인수한 뒤 자동화된 공장 설비 일부를 매각하고, 생산량이 더 많은 수동화 기기를 본사로부터 도입해 생산량을 늘려왔으며, 주야 맞교대에서 주야 3교대로 전환하는 등 노동강도를 높여 생산성 향상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재해도 빈번히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깁스코리아는 재해자 12명, 재해율 7.84%로 도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산업 재해율을 보였다.

폐업과 관련한 깁스코리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몇 차레 전화 문의를 했으나, 깁스코리아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아무런 말도 해줄 것이 없다”며 통화를 거부했다. 깁스코리아 측은 기업 청산과 관련한 절차를 법무법인인 김앤장에 일괄 위임하고 폐업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