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샤인뉴스] ‘수도민국’에‘ 지방은 없다 
[이슈앤포커스]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발 거세지는 지방자치단체들

5일 전라남도 도청에서 열린 ‘제5회 호남권 정책협의회’에서 전남북도와 광주광역시 시도지사는 공동합의문을 통해 “지역균형 발전을 후퇴시키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5+2 광역경제권 개발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는 한편 혁신도시 조성을 당초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수도권규제 완화는 지방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비수도권 13개 시·도와 함께 공동 대응하면서 호남권 차원의 공동전략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비수도권 13개 시·도지사와 지역 대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4일 국회에서 실무협의회를 열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 철회를 위한 공동투쟁과 함께 비수도권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실무협의회에 참석한 심보균 전라북도 기획관리실장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사실상 규제철폐에 가깝다”며 “오는 12일, 비수도권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민단체와 연대한 상경 규탄대회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비수도권지역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국토 이용 효율화 방안 어떤 내용 담았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발은 지난달 30일 정부에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10월 30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8차 회의 자료로 만들어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방안’은 수도권 공장 신·증설 및 이전 규제가 사실상 모두 풀려 산업단지 내라면 규모와 업종 제한 없이 공장설립과 이전을 허용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과밀억제구역에도 공장이 들어서게 된다. 사진은 과밀억제구역인 경기도 하남시.

또 이 방안은 수도권 성장관리권역 및 과밀억제권역 중 산업단지 외 지역의 공장 증설ㆍ이전 규제도 크게 완화토록 하고 있다. 이전에는 성장관리권역내 공업지역인 경우 3,000㎡이하 공장의 증설만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규모제한이 없어지고 공업지역 외의 경우에도 모든 첨단업종에 대해 200%까지 증설(지금은 14개 업종 100%이내)이 가능해진다.

이 밖에도 농지 이용 규제도 풀려 한계농지에 대한 소유 및 거래 제한 규제가 폐지되고, 보전산지에서의 개발 가능 범위도 확대된다. 환경영향평가 관련 제도도 통합 조정되는 등 복잡한 영향평가 절차가 간소화돼 개발계획 수립과 토지 공급이 쉽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 자료는 수도권 지역 규제완화 필요성으로 국가경쟁력을 들었다. 수도권 집중억제를 위해 도입된 수도권 규제가 오히려 수도권 내 기업 활동 및 주민생활을 과도하게 제약하여 국가경쟁력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자료는 “수도권 규제에 의한 기업의 밀어내기 정책효과는 수도권 인근지역 일부에 한정, 지방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어서 오히려 수도권 규제가 국내기업의 해외이전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규제완화...'투자활성화 vs 지역격차 심화'

정부의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은 사실상 수도권 규제완화가 전부다. 이는 그동안 정부에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적인 광역경제권과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온 것과 맞닿는 부분이다.

국토해양부 역시 지금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를 준비해왔지만 지방의 반발 등을 고려해 쉽게 공표하지 못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부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라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에 설명돼 있는 것처럼 정부는 규제완화가 기업투자를 부르고, 기업투자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간 정부에서 주장해온 ‘선 지방발전-후 수도권 규제완화’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수도권의 과밀화를 조장해 장기적으로 심각한 도시문제와 사회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방은 지금 ‘수도권 규제완화 철폐’ 한목소리

특히,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인천과 경기지역을 제외한 모든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지방을 죽이는 일‘이라며 부르짖고 나섰다.

부산시는 4일 시청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모여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각 지자체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현 정권에서 추진하는 모든 정책에서 지방은 소외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심지어 ‘수도민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강원도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부산 상공회의소 측은 “수도권 규제완화로 또다시 수도권러시가 발생,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국가 균형발전의 틀이 일순간에 무너지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광주·전남 지역은 지방 이전을 약속했던 수도권 기업들이 투자유치를 철회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김영선 광주광역시 기획관리실장은 “수도권에서 기업 투자를 싹쓸이 해가면 결국 지방은 한정된 투자만을 가지고 ‘제살깍기’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전, 충남, 충북에서도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수도권의 규제가 완화되면 어느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오겠느냐”며 “수도권과 지방이 상새알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과밀화 반대와 지역상생발전을 위한 대전.충남본부'는 수도권 규제완화 저지를 위한 1000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실제로 한국경제 10월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충북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입주하기로 계약을 한 모 기업은 최근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가 발표되기 즈음해 투자계획을 포기하고 기존 경기도 용인 공장을 증설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북도, 수도권 규제완화 강력하게 비판

가장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전라북도에서도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도는 이미 30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공식 입장을 통해 “수도권규제완화조치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전북도의회 역시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은 지방의 오랜 숙원과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은 것”이라며 “수도권 과밀의 과속화는 향후 국가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 줄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전북도의원들은 “이번 정부의 방침은 지방에 있어 ‘생존권’의 문제”라며 “정부는 지방 이전 기업에 인센티브를 높이는 등 선(先)지방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의 성명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애향운동본부는 3일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규탄했다. 전북애향운동본부는 “정부가 지난 10월30일 발표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은 수도권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미명 아래 각종 규제를 사실상 철폐한 ‘반(反) 지방화 정책’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밝혔다.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지방 죽이는 수도권 규제철폐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를 규탄했다.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 성명을 통해 따르면 “수도권 산업단지 내에서 규모와 업종 제한 없이 공장 증설 규제를 완화하는 이번 발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며 “이번 수도권 규제철폐 방침은 지방과 수도권과의 국민적 갈등만 부추길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균형적인 국가발전 저해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제시 의회는 5일 임시회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철회 촉구 성명서를 통과시켰다.

각 시·군 기초의회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 철폐를 요구하는 건의문과 성명서를 발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읍시의회는 5일 임시회를 열고 정병선 의원외 7명의 발의로 채택한 ‘지역균형발전 대책없는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 철회 촉구 건의문’을 국회의장을 비롯 11개 관련부처에 발송했다.

정읍시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정부가 선 지역균형발전, 후 규제완화 정책 약속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며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특단의 지방 회생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제시의회는 5일 제12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철회 촉구 성명서'를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한 뒤, “국가경쟁력 강화 위원회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균형있게 발전시킨다는 약속을 저버린 것은 산업단지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기울여온 지방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인구 유출을 가속화 시켜 지역경제 붕괴를 초래하는 근시안적인 졸속정책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하는 여당 내에서도 수도권 의원들과 비수도권 의원들로 나뉘어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번 정부의 정책안을 두고 수도권과 지방을 윈-윈하는 정책이라는 주장과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결정이라며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완화로 발생할 개발 이익을 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해 지방발전 프로젝트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라가 두 쪽 날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박창우 기자

“불균형 성장방식 더는 안돼” 전북대 행정학과 신환철 교수     ▲ 신환철 교수. 우선 정부의 수도권규제원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산업화과정에서는 수도권 과밀화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했다. 경제를 살리는 방법 중 가자 효과적인 것이 집중투자다. 정부에서도 지금 불경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실시하는 모양인데, 이는 이미 세계경제에서도 한물간 불균형 성장방식이다. 수도권규제완화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가장먼저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상대적인 지방 핍박과 불균형을 들 수 있다. 또 이는 장기적 봤을 때, 수도권에게도 해가되는 정책이다. 공장이 들어서고 인구가 몰리면 필연적으로 교통문제와 환경문제가 뒤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결국 정부지출이 늘어나게된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게 도움이 안되는 정책이다. 각지차체에서 많은 반발이 일어나고 있고, 현재 지방출신 국회의원들은 입법화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가능하겠나. 글쎄…. 수도권대 비수도권 국회의원들로 나뉘어질 경우 장담할 수 없다. 인구비례에 의한 국회의원 수가 비슷해서 확실히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고, 특히 수도권대 지방의 갈등만 커질 것이다. 지자체들 간에도 혁신도시 등의 이해관계로 완전한 단합이 이뤄지기도 힘들다. 명분만 외치며 반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부에서는 지방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던데. 현재는 말이 지방자치지 사실상 모든 게 서울에 예속돼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정책이 중앙정부의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되는데,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나. 이미 부산과 대구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자체 중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곳은 수도권 근처의 몇몇 뿐이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지방에 환원해 지방을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하, 지방이 무슨…. 주는 거나 받아먹는 그런 거는 아니다. 일종의 CEO 논리일지는 모르겠다. 행정에서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역시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게 민주행정이다. 결과적으로 지방도 살리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창우 / 썬샤인뉴스 2008년 11월 05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