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내 진보진영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진보신당 강원도당 등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강원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등 대중조직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와 민생, 사회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지역 연석회의’는 20일 저녁 민주노총 강원본부 회의실에서 ‘2010 지방선거 전망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강원연석회의 차원에서의 지방선거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 도내 4만여 회원을 포괄하고 있는 강원연석회의는 2010 지방선거 대응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강원희망신문)

발제로 나선 엄재철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위원장과 길기수 진보신당 강원도당 위원장은 민주당과의 연대보다 진보진영의 단결을 중요시했다. 또 내년 지방선거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이외에도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정당난립으로 인해 진보·개혁 세력의 지지가 분산돼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에 낮은 수준에서라도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민주당과의 연대 부정적... 논의를 선점할 수도...

▲ 엄재철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위원장

엄재철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위원장은 “10.28 재보궐선거에서 안산은 민주당을 제외한 야 4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공동지원을 받은 후보가 낙선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며 “우리 힘이 미약한 상황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대연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보진영의 힘을 축적하고 단결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엄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이 악화될수록 반이명박 정서가 진보진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게 표가 모아진다"며 "민주당 일각에서는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으로 표를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고 2010 선거에서도 그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엄 위원장은 또 “민주노총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자”라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져 있어 진보진영의 단결이 쉽지 않다”고 전제하고 “쉽지 않겠지만 진보 정당이 머리를 맞대고 낮은 단계에서부터 함께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엄 위원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 미리 선을 긋지 말고 논의를 선점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MB'구도를 넘어선 '반MB 대안연대'를 형성해야

▲ 길기수 진보신당 강원도당 위원장

길기수 진보신당 강원도당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반MB’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을 포함한 보수 세력에 대한 대안 투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투표와 한나라당 지지세력표로 양분될 것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포지션은 상당히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길 위원장은 또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농업포기 정책 등 민주당 정권의 사회경제적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정책에 있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동소이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적 의제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반MB 구도가 형성되고, 이는 민주당 지지로 이어진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길 위원장은 “정치적 의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의제를 중심으로 서민중심적 민생의제로 나아가야 한다”며 ‘반MB’연대와는 다른 ‘반MB 대안연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정당, 낮은 단계부터 협의해야...

김종수 민주노총 강원본부장은 “강원연석회의 차원에서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넘어서는 합의가 있다”며 '진보와 보수' 구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분오열되어 있는 진보정치 세력이 함께 연대하도록 견인할 수 있는가가 고민”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진보세력이 단결해서 내년 지방선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의 독주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

유 국장은 또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단의 얘기를 들어 보면 일부 도의원 수준은 초등학생 회의 수준”이라며 “적어도 한두 명이라도 진보성향의 후보의 진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유 국장은 “진보진영이 결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양당 간 합의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한가”를 물었다.

유 국장은 또 “반MB 대안연대는 당위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당위적인 주장보다 지역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실천 방안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민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민주당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조직적 역량으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당 간 협의 가능성 긍정적... 대중정치 강화해야...

오용석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2006년 지방선거를 치러보니 결의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느꼈다”며 “중요한 것은 조직적 역량을 키우고 지역 현장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진보정당은 생활정치, 대중정치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오 처장은 또 “양당에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낮은 수준의 연대부터 합의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 가자”고 당부했다.

김창식 춘천MBC 노조 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향이 다르다면 무리한 통합보다는 정치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통합보다는 연대의 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진보진영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철성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정책위원장은 “진보 양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지역이 겹치고, 후보가 난립할 경우 어부지리로 한나라당이 석권할 수도 있다”며 반MB의 실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자 민주노동당 강원도의원은 “민주당과의 연합은 반대하지만, 강원도의 정서를 고려해 광역선거만큼은 민주당과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혁 민주노총 강원본부 상근활동가는 “민주대연합보다 진보대연합을 중요시하는 것에 동의한다”며 “선거연합은 자신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연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연구 강원민언련 대표는 “도민 생각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들”이라며 “민주당과의 반MB 연합이 가치를 통일시키는 것은 아닌 만큼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진보 양당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다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민주주의와 민생,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강원지역 연석회의'는 도내 3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해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 전교조강원지부, 공무원노조강원본부, 강원청년비상대책위, 전국농민회강원도연맹, 강원대학교학생행진, 다함께강원지회, 전국여성농민회강원도연합 지역언론공공성강원위원회, 민주주의와민생공공성실현을위한 춘천공동행동,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진보신당 강원도당 등 도내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강원연석회의 소속 단체 회원수는 4만여 명에 달해, 내년 지방선거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