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 새벽 5시.

하남IC 부근의 한 물류센터에 트럭 한 대가 들어서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리 대기해 있던 다른 트럭에 채소와 과일, 양곡 등을 차례로 옮겨 싣기 위해서이다.

20여분만에 농산물을 실은 차량은 급하게 출발했다.

매일 하루를 이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경기도 양평군 양평지방공사의 물류센터는 서울·분당 등 수도권 지역 학교에 들어가는 급식 재료의 집결지이다.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 무농약 양곡 등 이곳에 모이는 농산물들은 모두 양평 농가에서 재배된 친환경농산물로 당일 해당 학교로 배달돼 학생들의 급식재료로 쓰인다.

전날 오후 양평지방공사가 친환경농업 지정 농가를 돌며 수거·검수한 후 이튿날 새벽 이곳을 거쳐 각 학교별로 나눠지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이처럼 수확한 지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농산물들이 학생들의 먹거리로 사용되고 있었다.

‘양평지방공사 물류센터’는 수도권 학교 급식 재료의 집결지
郡이 100% 출자 유통단계 없애 친환경농산물 저렴하게 공급
지역농가서 수확한지 만 하루도 안돼 학생들 먹거리로 사용

■ 전체가 친환경농업특구

양평군은 자치단체 주도로 친환경농업과 학교급식 시행 등 국내에서 로컬푸드 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모범 지역이다.

자치단체가 나서서 친환경농업 농가들을 육성했고 학교급식을 친환경농산물로 전환해 갔다.

국내 로컬푸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당수의 지역이 생산자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과 뚜렷이 구별되는 점이다.

인구 10만 여명이 채 되지 않는 양평군은 10여년 전만 해도 경기도의 작은 군(郡)에 불과했다.

면적 877.81㎡로 경기도내 시·군중 가장 넓지만 팔당호와 인접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개발 제한에 묶이면서 산업은 정체되고 인구는 점점 줄어든다는 점에서 평범한 농촌의 한 자치단체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양평군이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된 것은 1998년이었다.

전국 최초로 군단위의 친환경농업 실천 운동을 선언했고 그 이후 3단계 8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오고 있으며 2005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업특구 지역으로 지정됐다.

■ “농가는 생산을, 군은 유통을”

이처럼 군 단위에서 농업실천 운동을 선언한 배경에는 군민의 80%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던 지역적 특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기업을 유치할 수도, 육성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대대로 주민들이 해 왔던 ‘농업’을 대안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양평군이 나서서 농민들을 설득, 일반 농가의 60% 이상을 친환경농가로 전환시킨 후 유통사업단을 설립했다.

농업이 쇠퇴하는 이유가 농민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판매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군은 ‘농가는 생산에만 전념하고 유통은 군에서 책임진다’는 목표 아래 2005년 ‘물맑은 양평 유통사업단’을 발족시켰다.

유통사업단은 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철저한 관리시스템으로 군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또 지난 7월 군이 100% 출자, 친환경농산물의 조직적인 유통체계 구축을 위한 양평지방공사를 설립해 유통을 전담하고 있다.

결국 양평군에는 2008년 현재 지역농협 7개와 개별농가 18개, 영농조합법인 작목반, 기타 생산자 단체 및 농가로 구성돼 현재 280여개 품목을 관리중이다.

양평 관내 20여개 학교들은 현재 급식 재료의 80% 이상을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로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학교에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판매처 마련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 학교급식으로의 확산

일반 농산물을 쓰던 학교급식을 친환경농산물로 전환하는 일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교사들의 업무가 많아지고 급식비가 올라갈 것이라는 학교 내·외부의 반발도 있었지만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과 토론과 설득을 거쳐 2006년 상반기 3개 학교에 지역의 친환경농산물 공급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인근 학교에서도 로컬푸드 운동에 동참, 2006년 하반기에 9개, 2007년 18개에 이어 2008년 현재 20여개 학교를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급식 전환으로 오른 급식비는 조례에 따라 군의 교육발전기금에서 출연해 차액을 보전하기로 하면서 학부모의 부담도 크게 줄였다.

또 각 학교의 영양교사들을 대상으로 친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농가 견학을 비롯해 직거래를 통해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받으면 급식비의 변동 없이 안전한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고 체험교육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을 알려나가고 있다.

양평지방공사 황규남팀장은 “규격이 일정화된 기존 농산물에 익숙해진 영양사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초기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친환경농산물로 전환한 것은 그만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통사업단은 수도권 내 320여개 학교에 급식계약을 체결해 군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글=차경진기자 ancha@kwnews.co.kr

사진=박승선기자 lyano@kw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작성일 : 2008-12-04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