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인란드 팔츠주에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대학이 있다. 트리어 대학의 브리켄펠트 환경캠퍼스(Umwelt Campus Wirkenfeld)가 그 주인공이다. 1996년 미군이 철수한 기지터에 캠퍼스를 조성하기 시작해 독일에서 유일하게 환경과 에너지분야를 전문으로 교육하는 대학을 세웠다.
학생과 교수를 합해 2,500여명이 캠퍼스에서 함께 생활을 하는데, 이 대학은 환경을 연구하거나 가르치는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 캠퍼스에서 필요한 전기와 열을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얻는다.
캠퍼스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있고, 대학본관 건물 지붕에는 태양광발전 시설이 반짝이고 있다. 창문에도 태양전지가 달려있어 전기를 생산한다. 인근 농가의 축산폐기물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열병합 발전을 해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지열시스템을 이용해 냉난방을 보충하고, 건물마다 빗물을 받아 사용하도록 했다.
대학이 자랑하는 재생에너지 자원 잠재량 연구 지식과 환경기술이 캠퍼스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브리켄펠트 환경캠퍼스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로부터 100% 독립한 에너지 자립 캠퍼스이자 탄소 중립 대학인 것이다. 세계 최초의 CO2 프리대학이다.
대학이 설립한 물질순환관리 연구소(IFas)는 폐기물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모로코와 르완다의 바이오매스 잠재량 연구와 활용계획을 수립 프로젝틀 진행하고 있고,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중국의 각 도시를 대상으로 ‘에너지자립 모델’과 ‘탄소 제로 도시’를 만들고 있다.
같은 주에 있는 모바크(Morbach)는 IFas가 계획 수립에서 실현단계까지 참여해서 에너지 자립 마을로 만들었다. 반환받은 미군탄약기지 부지에 태양과, 풍력, 바이오가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단지를 만들고, 주민들이 에너지 생산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실제로 실현했다. 기후변화 시대, 이제 사회는 대학에 보다 구체적인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들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올해 초 녹색연합은 국내 190개 전력 다소비기관이 대학이 23곳이나 포함되어 있으며, 해외에서는 대학들이 캠퍼스에서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자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심지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조차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한양대의 시도는 너무나 반갑다.
한양대 신문에서 지속적으로 학내 에너지문제를 기사로 다루고, 학교에서는 'Saving HYU' 캠페인을 벌이면서 올해 8~9월 전기 사용량이 작년보다 7%나 줄었다고 한다. 안산캠퍼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각 건물별로 물, 전기, 가스 사용량을 공개하고 전년대비 증감률을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대응의 기본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가 에너지 생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양대에서는 이제 막 기후변화 대응을 하기 위한 기본을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제안을 하자면 지금 이렇게 줄이고 있는 에너지량을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계산을 해서 이 캠페인이 단순히 에너지 절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이라는 것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올해 활동 내용을 바탕으로 1년 동안 캠퍼스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을 계산해 내고, 내년에는 올해 보다 얼마를 더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실천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아마도 우리나라 대학에서 벌이는 최초의 시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 대학도 이제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첫출발을 한 한양대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 신입생들에 대한 에너지 절약 교육, 탄소 장학금 등의 프로그램들이 잘 정착이 된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학들이 지향해야 할 기후변화 대응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양대의 에너지 절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응원한다.
# '한양대 학보' 칼럼란에 실린 글입니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
작성일 : 2008-10-2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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