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세제 개편으로 농업인들이 적지 않은 고통을 받게 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면세유 부정 유통 방지를 위해 농업용 난방기에 대해서 면세 경유 공급을 중단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물론 당국은 세원 투명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의 차원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제도라 주장하고 있다.

세원 투명성에 대한 당국의 고민에 이해의 측면이 없지 않다. 현재 면세 유류 공급 유종 중 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75％ 정도로 가장 높고, 면세 폭도 50％ 선으로 매우 커서 부정 유통에 상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현재 농업인의 난방기 중 80％가 경유를 사용하고 있어 면세 폭이 약 27％에 머무는 등유로 대체할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예산 당국의 계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면세유 부정 유통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지 그 책임을 농업인에게 떠넘기듯 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또 당국의 예산 계산 방식에 당사자인 농업인의 고통스러운 생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어도 좋은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농어업인들은 살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FTA 등 외적 환경 변화에 따른 피해에다가 면세유 비료 사료 등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급등하면서 시름이 더욱 깊어진 정황이다.

지난 7월 강원도는 22억 원의 농업용 면세 등유와 휘발유를 지원하는 등 농가 생계 대책을 내놓았다. 도내 농가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도 행정의 진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식으로, 중앙정부의 농정 전반은 물론 세제 개편에서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약자로 돌아선 농어업인을 보다 깊이 배려하는 방법론이 따라야 했다는 얘기다. 이를 테면 농가의 난방기 교체 시 감세 기회를 준다든가, 교체 비용을 직접 지원하고 등유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을 보조해 주는 방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면세 경유 공급 중단’이라는 세제 개편은 고유가와 생산비 폭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개악적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농민단체들이 쌀 출하 거부 등 이 사안을 국민적 쟁점으로 만들면서 세제 저항에 나설 기미다. 우리 농가에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예산 당국이 뭔가 심각한 오판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9월 시행에 앞서 면세유 문제에 대한 전반적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강원도민일보 2008.9.9

작성일 : 2008-09-10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