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업공동체 안에서 소는 단지 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사는 식구였습니다. 농촌에서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기에 소를 정성껏 키웠습니다.

아이들이 꼴망태 메고 들로 나가 소먹일 풀을 베어오면

어른들은 설거지 개숫물에 쇠죽을 끓여 먹이는 데

여물에 생선이나 고기 국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정성을 다했고

소 마구간에는 마른 짚으로 자주 갈아주며 살붙이처럼 키웠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소로 농사지어 자식들을 키우고 학교도 보냈습니다.

이렇게 소는 우리 생활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살림꾼이자

한민족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생명체였던 것입니다.

서구에서는 산업사회로 넘어 오면서 소는 한낱 식용의 동물로 전락됩니다.

이윤창출의 도구가 된 소는 생명의 본성마저 박탈됩니다.

소에게  되새김질도 되지 않는 GMO 콩, 옥수수와 함께

쓰레기로 처리해야할 동물의 사체를 가공하여 육골분의 사료를 먹입니다.

지방질을 늘리기 위해 품종을 개량하고 성장 호르몬 주입합니다.

이를 갈지도 않는 송아지이지만 17개월이면 거대한 소가 됩니다.

또 미식가 입맛에 맞는 부드럽고 하얀 고기를 만들기 위해

막 태어난 송아지는 어미 소 젖 한번 빨아보지 못한 채 

60센치 폭의 어두운 칸막이에 갇히게 됩니다.

걸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거의 움직이지 못하며

4개월 살고 이내 도축됩니다. 이렇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눈먼 타락의 축산과 쇠고기 식문화는

인간의 목숨을 노리는 광우병을 부르고 있습니다.

2.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먹지 않는

소의 내장(곱창) 사골 꼬리뼈까지 요리해 먹습니다.

농업사회의 전통이 우리 음식문화에 깊이 배에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식 축산을 하는 지금이야 한 집 걸러 고기 집이 널려 있지만

예전에는 1년에 몇 번 먹어보지 못하는 쇠고기이기에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고기부터 내장, 소꼬리까지

다양하게 해먹는 지혜가 생겨난 것이겠지요.

여러 사람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국물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쇠고기와 곱창 등 내장을 많이 넣어 곰탕을 해먹었고

사골 등뼈를 넣고 끓여 설렁탕을 만들어 먹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조상대대로 내려온 ‘소’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질 좋고 값싼”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시민의 안 먹을 권리마저 박탈하는 정부 정책으로

음식문화마저 잃어버릴 형편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잃어버린 ‘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소를 온전한 생명체로 대접할 때

잃어버린 ‘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세상의 밥상이 자연 풀밭일 때

잃어버린 ‘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석유가 바닥나 다시 소가 농사를 짓는 날이 오면

잃어버린 ‘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 생활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는 영영 잃어버린 ‘소’를 찾지 못하고

파국을 맞을 줄도 모릅니다.

 3.

광우병쇠고기 수입으로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건에 관한 문제는 국가의 보호받아야 함에도

광우병 걸릴 확률은 낮다고 정부는 확률의 문제로 돌립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도록

사전예방 원칙을 실현해야함에도 무지한 정부는

먹기 싫은 사람은 안 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둘러댑니다.

캐나다에서는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되었고, 이런 쇠고기들이

미국을 거쳐 수입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연속된 쇠고기 리콜에 이어

오염된 분쇄육이 O157:H7 대장균에 감염된 쇠고기가 검출이 되어

'1급 리콜' 이 시작이 되었는데도 우리 정부는 분쇄육의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장관고시를 철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재협상하라는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동원하고  전경들에게

곤봉까지 지급하여 80년대에나 자행했던 무자비한  폭력진압을 해댑니다.

동시에 대운하, 의료민영화, 물, 가스등 공기업 민영화와

비정규직 증가, 극단적인 양극화로 국민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일방적인 시장 원리 도입 주저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쇠고기보다 FTA가 더 중요한 문제이고

더 우선적이라고 말하며 FTA로 몰고 가려고 합니다.

정작 당사자 미국은 민주당 오바마를 위시로 공화당 지지자 절반이상도 

FTA를 반대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말입니다.

미국의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고용 안정 문제를 일관되게

요구해왔습니다. FTA로 미국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이 되어

미국 내 제조업이 공동화되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국은 크게 변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흐름을 전혀 읽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의 격차를 나타내는 상대성 빈곤율 순위에서

중산층 해체가 급격히 진행된 미국이 1위입니다.

미국경제학자들은 1930년 공황보다 더 심한 경기 침체를 우려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FTA가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우리가 지불할 비용만 커지고, 경상수지 적자만 커질 수 있는데

맹목적인 성장논리를 앞세우며 미국을 따라 갈려고만 합니다.

4.

5.18 항쟁, 6월 항쟁등  사전수전 다 겪은

한국 민주주의가 욕망과 투기의 거품에 가려 사실상 소멸되어

국민들은 무기력하게 당해만 왔는데

우리 내면의 민주주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촛불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자유에 대한 열망과 평화에 대한 사랑은

새로운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새로운 시민주권 운동의 촛불로 피어났습니다.

촛불을 든 우리 아이들로부터 최근 종교인들까지

소중한 촛불들이 탄압에도 꺼지지 않고 소생하고 있습니다.

촛불은 갈등요소가 아니라 창조적 저항입니다.

촛불은 생명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선진사회로 가는 동력이자  역동성 있는 미래 동력이기도 합니다.

촛불은 창조적이고 다양한  민주주의 욕구로

한국사회를 바꾸고 있습니다.

정부는 2달 동안이나 피어오른 촛불의 절실한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데, 촛불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

진실한 선의 촛불 앞에 성찰하는

항복의 마음을 내기를 간절히 원해봅니다.

작성일 : 2008-07-05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