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9/4 당대회 이후의
3주는 우리 모두에게 악몽이었습니다.

9월25일 전국위원회에서 의장이 의장석을 점거하는 사태는 그 피날레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동지들이 가졌을 마지막 기대는 김은주의 몽니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독자파들은 달리 생각하겠지만 동지들이 주장했던 통합의 명분은 '진보정당운동과 노동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의 우경화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당대회에서 통합이 부결되면서 그 계획은 실행에 옮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심조'를 포함하여 진보정당통합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핵심 멤버들은 9월8일 서둘러 통합연대를 띄웠고 '통합연대'의 이름으로 '새통추' 가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별 탈당의 형태이긴 하지만 시도당 위원장과 전국위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통합연대의 출범과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의 탈당이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부결을 염두에 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합연대가 새통추의 가입을 통해 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이상 통합연대에 이름을 걸었던 분이나 그 선택에 동의하는 분들은 분명한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종권 동지가 취중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합연대'와 '탈당연대'는 다르니까요.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저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권영길, 강기갑, 천영세 전대표의 공개 반대와 노회찬, 심상정의 진보신당 탈당,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상 발언을 통한 반대 표명에도 불구하고 겨우 2% 정도의 차이입니다. 또한, 인천연합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통해 '선진보대통합, 후국민참여당통합'을 공개 천명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당을 탈당한 심상정은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슷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심상정은 경기도지사 사퇴 직후 비민주3당 노선을 주장하다 슬그머니 주장을 접더니 통합 국면에서는 국민참여당에 대해 선을 긋다가 탈당 이후에는 다시 국민참여당에 대해 선을 긋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더욱이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순순히 자신의 구도를 포기할 리도 없고 국민참여당 역시 '대중적 진보 정당'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을 탈당하고 통합연대에 힘을 싣는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동지들이 가졌던 문제의식의 출발선인 '우경화 저지'의 목표는 좌절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통합연대 내부에서조차 잠복되어 있는 국민참여당과에 대한 태도를 둘러싼 차이로 인한 투쟁을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현 상황에서 동지들의 문제의식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위기에 빠진 진보신당을 함께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경독자파와 그들에 대해 속수무책인 온건독자파만을 바라보고 탈당을 선택하는 것은 동지들이 '통합파=노심조'로 등치시킨다고 했던 비판이 동지들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합파나 통합에 동의한 당원들이 노심조로 등치될 수 없듯 현재의 진보신당도 독자파로 등치될 수 없습니다. 물론 저는 일관되게 이야기해 온 것처럼 당이 쪼개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통합과 독자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노자 교수가 이야기 한 것처럼 현 국면에서 '진보신당'은 그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보신당 일부가 쪼개져서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재입당하는 것보다는 '우경화 저지'에 복무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진보신당의 부재는 그 자체로 '우경화 체제'로의 이행 완결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남아 버팀목 역할을 하겠습니까?

물론, 우리당에 희망적인 징후는 없습니다. 좌파임을 가장한 '탈레반'들이 당을 늪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대중적 영향력과 책임질만한 집행력을 잃은 (구)전진을 비롯한 온건 독자파들은 상황을 타개하기는커녕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며 얼마 남지 않은 동력으로 '물밑정치'를 하기에도 버거운 눈치입니다.

하지만, 왜곡되어온 지난 통합 논의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선거연합과 진보정당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탈레반'을 제외한다면 이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25일 전국위원회 결과를 두고 온건독자파 조차도 '닥치고 독자'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단 선거를 통해 기민하고 일사불란하게 '탈레반'을 제거해야 합니다. 동지들과 통합에 동의했지만 여전히 진보신당에 애정을 가지고 계신 당원들의 힘이 없으면 이 일은 불가능하고 그것으로 진보신당의 정치적 역할은 끝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동지들이 원하던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의 우경화 저지'에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동지들의 정치적 판단이 '행위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귀결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신중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제가 보기엔 동지들이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통합에 동의하지만 이 당에 남기로한(탈당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탈당할 필요성도 못느끼지만 이 당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