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철도노조 차원에서 잘못을 반성하고 노동조합 차원에서 비정규투쟁에 연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활동가라면 응당 그리해야 하는 것. 잘못된 것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는 것

잘못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알고도 바로잡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흔한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당연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야 할 노조가 중요한 실수를 저지른 경우,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많은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될 수도 있다.

철도노조의 잘못된 노사합의

지난해 12월 31일, 250여명의 집단해고와 외주화를 막기 위해 서울역 대합실에 천막을 친 철도노동자들을 한번 보자. 철도노조는 지난해 12월에 ‘17개 업종의 외주화 및 효율화’에 코레일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과 1년 단위 계약을 해 온 비정규직(기간제) 노동자 374명 중 251명이 계약이 종료돼 사실상 해고되거나 외주업체로 소속이 변경됐다. 합의서에 ‘취업 알선 노력, 또는 위로금 지급’ 단서조항이 있지만 이것이 지켜질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철도 비정규직 집단 정리해고 저지 공공대책위원회'는 ‘철도노조는 정부와 공사의 공세에 밀려 외주화 합의를 했지만 비정규직의 권리를 위해 어렵더라도 투쟁해야 한다’며 지난 12월 31일부터 농성을 벌이게 된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힘을 모으는 지혜

농성 중인 정규직 조합원 및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철도노조 중앙위원회에 찾아가 잘못된 노사합의에 대해 반성하고 함께 투쟁해야 함을 호소했다. 그러자 많은 노조 간부들이 노조의 잘못을 시인하고 농성장을 지지 방문하고 투쟁문화제에 참가하는 등 모범적인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수요집중집회에도 올바른 생각을 가진 지부장들이 참석하여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 다수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대해 잘못된 합의를 한 것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다. 앞으로 함께 싸우겠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노조의 잘못된 합의에 의해 집단해고되어 농성에 돌입한 50대의 늙은 노동자들은 이런 간부들의 자기반성에,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받고, 정규직들과 함께 싸워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층 커졌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힘과 마음을 모으지 않는다면, 노조가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떠한 해고나 외주화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많은 노동자들이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다. 노동자에게 마지막 보루인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과 함께 싸울 때만 노조도 지킬 있고 노동자들의 노조에 대한 믿음도 커지는 것이다.

이번 철도노조 사건은, 우리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많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을 위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지 위해 노동조합으로 더욱 뭉칠 때이다!

작성일 : 2009-01-15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