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1000명 뽑는 청년 인턴제 단순 아르바이트로 전락 우려

훈련 프로그램 불충분

취업으로 연결도 안 돼

2009.01.05 03:38 입력 / 2009.01.05 04:05 수정

 취업길이 꽉 막힌 청년들을 위해 정부가 청년인턴 일자리 8만1000여 개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열린 해외 취업 상담회에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중앙포토]
 
　올해 2월 서울의 한 대학 졸업을 앞둔 김아라(27·여)씨는 요즘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로 출근한다. 행정안전부 정보총괄과에서 일하는 김씨의 신분은 ‘행정壙區? 김씨는 “행정인턴을 하며 월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사무직 경험을 쌓으면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김씨 같은 청년실업자를 위해 행정기관이나 공기업, 중소기업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청년인턴 일자리 8만1000여 개를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씨는 10개월 동안만 인턴으로 일하는 게 전부이다. 만약 김씨가 공무원이 된다고 했을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책으로 내놓은 청년인턴제를 두고 10개월 안팎의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류용섭 인재경영과장은 “청년인턴은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구직자들의 실무 능력을 높여 취업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인턴에게는 국민연금은 물론 고용·산재·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10개월 안팎 일하는 동안 월 30만~100만원가량을 받는다.

하지만 청년인턴을 뽑거나 계획 중인 행정 부처나 지자체는 인턴에게 무엇을 교육시킬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청년인턴을 하느라 시간만 낭비해 다른 구직자들보다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행안부의 이찬희 사무관은 “청년인턴은 가급적 전공을 살려 관련 분야에서 일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이어 “각 부처별로 일단 인턴을 뽑은 뒤 운영프로그램을 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뽑아놓고 프로그램을 짜겠다는 것이다.

중앙 행정기관이나 지자체, 공기업 등에서 청년인턴을 해도 직접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 류용섭 과장은 “공기업에서 인턴을 한 사람에게 취업 혜택을 주면 인턴이 공기업 입사 전 단계로 비쳐져 인턴 선발 과정이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따라서 공기업서 인턴을 했다고 공기업 취업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박사는 “현재 대부분의 청년인턴 지원 자격이 대졸자로 제한돼 있어 취업에 인센티브를 줄 경우 졸업을 앞둔 대학 재학생들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인턴을 마친 뒤 직접 취업으로 연결되는 중소기업 인턴은 다른 인턴보다 처우가 떨어진다. 행정부나 공기업서 인턴을 할 경우 월 100만원 안팎을 받지만 중기인턴은 정부가 50%를 보조해줘도 한 달 임금이 60만원 선에 그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있는 사람도 내보내야 할 판인데 추가로 대졸자 인턴을 고용할만한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기인턴은 모집 주체도 정해지지 않았다. 노동부 문기섭 청년고용대책과장은 “중소기업에 인턴 알선을 전국경제인연합회나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같은 경제단체에게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