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명 제안서]진보신당의 사회 소수자 운동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요구하며 

진보신당 정강정책 23에는 23. (장애인, 성 소수자 등의 차별 철폐) 장애인,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 보장은 결코 ‘시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보여주는 보편적 지표다. 따라서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소수자 인지적 관점이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공교육과 공공시설, 직장에서부터 장애인 등 소수자 차별을 철폐하고, 이를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해간다.  

최근 서울시당 당사 이전 문제에서도 보듯이 진보신당이 정강정책에서 분명히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소수자 인지적 관점이 살아 숨 쉬어야 한다.”라고 했지만 당 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인 당사를 구하는데 있어서도 인식이나 감수성에서 장애인 당원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후 당사 계약파기라는 서울시당 대표단의 현명한 결정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장애인 편의시설과 무관한 당사 이전이 서울시당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전국의 많은 광역시도당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당사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서울시당 당사 이전 사태를 보면서 서울시당 장애인 당원들은 누구보다 높은 소수자 인지적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할 진보신당의 당직자와 대표들이 소수자를 바라보는 태도들이 보통의 한국사회의 대중들의 평균치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금 뼈저리게 절감하였다. 예산을 핑계로, 입지 조건을 따져서 사무실을 구하는 것, 적당히 편의시설만 갖추면 그만이라는 태도들이 보통의 한국사회의 대중들이 가진 인식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정강정책이 단순히 남들 보기 좋으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보를 표방한 진보정당이기에 더 높은 소수자 인지적 관점을 가지고,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소수자 활동가를 지원하는 행동으로 구체화 할 수 있는 방안들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진보신당의 2창당 토론문도 그러하고 진보정치 10년 평가 토론회에서도 사회 소수자를 위한 당의 비전과 구체적인 기획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도대체 당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소수자 인지적 관점이 살아 숨 쉬게 하게 다는 것인지, 소수자 차별철폐를 어떻게 전 사회적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진보신당 상임대표인 심상정 대표는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시절 제가 속한 장애인 운동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장애인 정책에 대한 수치를 개선하는 문제가 아니라 “비전이 있어야 한다” 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진보신당에서도 심상정 대표가 가진 소수자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쉽게도 들어 보지 못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장애인 당원들은 비록 당원이긴 하지만 지금의 진보신당을 바라보며 한마디로 “당이 자신에게 와 닿지 않는다.”라고 하고 있다. 왜 그런지 진정으로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진보신당이 장애인 당원들을 현장에서 수혈만 하려고 하지 현장에서 활동하는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이 어떻게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치고 무엇을 위해 그토록 자기 몸을 희생해가며 싸우는지 도통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진보신당은 현장의 장애인 활동가들을 당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말은 있지만 다시 진보정당이 사회대중운동의 현장을 살피고 도우며 같이 갈 수 있는 비전이나 기획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 스스로가 활동가들의 현장에 무관심한데 단순히 당의 정강정책만 보고 당원으로 입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을 진보정당의 무기로 삼지 않고서는 소수자 인지적 관점이나 소수자 차별의 전 사회적 영역의 확대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당 장애인 당원들은 지난 번 서울시당 간담회에서 진보신당이 소수자 인지적 관점을 다시금 끌어 올리고 소수자 운동의 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요구안을 제시하였다.

(1) 사회 소수자 연대기금을 조성하라
- 당이 비정규직 연대기금처럼 직접 현장에서 당의 이름을 걸고 투쟁하는 현장 활동가를 지원해야 한다. 현장의 토대가 튼튼해지고 활동가들이 그 수가 확장될 때만이 그 현장의 활동가들이 당원으로 확대될 것이다. 과거 민주노동당처럼 현장의 활동가들을 장애인 당원 수를 늘려 위원회를 구성하고 할당을 준다고 해서 소수자 인지적 관점이 확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진보신당이 소수자 연대기금을 조성하여 현장 활동가를 지원하는 비전을 제시하였을 때 현장운동도 강화되고 당 안에서 소수자 활동가들의 수도 늘어나는 것이다. 당은 장애인 활동가든 성소수자 활동가든 현장에서 소수자 차별철폐를 위해 싸우고 있는 현장 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한 소수자 연대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2) 장애인 인지적 관점에 대한 전당적 교육을 실시하라

- 서울시당 장애인 당원들은 민주노동당 시절 당규 제00호 장애인 차별 금지 및 평등에 관한 규정을 통과시킨바 있다. 거기에 제13조 (교육 및 징계이행 점검)

  ① 광역시도당의 위원장은 해당 광역시도 장애인위원회와 협의하여 연 1회 이상 당해 지역 소속의 당원을 대상으로 장애인평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② 중앙당 및 광역시도당의 사무총장(또는 사무처장)은 연 1회 이상 사무처 성원을 대상으로 장애인평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③ 장애인평등교육은 전문가 강의 등의 방법으로 2시간 이상 실시하여야 하며, 다음 각 호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1. 장애인의 인권·복지 관련 법령 및 당헌·당규 해설

   2. 차별사건 발생 시의 처리절차 및 조치기준

   3. 피해자에 대한 차별시정 및 구제절차

   4.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제재조치

   5. 기타 장애인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방안 등

현재 진보신당은 하반기에 당내 성평등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장애인 평등교육은 예정에 없다. 당 안에서 소수자 인지적 관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명히 장애평등교육이 전당적으로 실시되어야만 한다. 당원들 스스로가 소수자 인지적 관점이 강화되어야만 당 안에서 사회 소수자 정책이나 비전들이 보다 지역이나 당 문화에서 정착화 될 수 있다. 당은 하루빨리 장애인 평등교육을 전당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3) 모든 광역시도당은 장애인편의시설을 갖춘 당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라

- 우선적으로 모든 광역시도당은 당사를 구할 때 장애인 당원에게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먼저 자문을 구하고 당사를 얻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현재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당사를 구한 광역시도당은 언제까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당사를 구하겠다는 계획을 중앙당에 제출하였으면 한다. 장애인 편의시설도 갖추어지지 않는 당사에서 사회 소수자 차별을 말할 수 없기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당사를 우선적으로 광역시도당은 구해야만 한다.

우리 서울시당 장애인 당원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모든 진보신당 당원들은 지지하는 연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제안서에 대한 연서명은 11월 15일(토)) 까지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국 진보신당 당원들의 연서명이 담긴 제안서를 노회찬, 심상정 상임대표에게 제안할 것입니다. 전국 진보신당 당원들의 적극적인 연서명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2008년 11월 6일

              진보신당 서울시당 장애인 당원 일동

제안자: 이원교, 박현, 문애린, 이기호, 김해룡, 김기정, 김주현

작성일 : 2008-11-05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