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시내로 나가다, 정동진을 지나다보면, 가끔 젊은 여성 히치하이커들을 만난다. 남성들도 있지만, 주로 그 부근 해안부대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대부분이다. 나의 관심사는 여성이다. 나의 늑대의 야성을 깨울수도 있는 외로워 보이는 고독한 외톨이 여성 히치하이커는 불행스럽게도 한번도 없었다. 아니, 내 나이와 외모는 그렇게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따라서, 그런 행운이 기적처럼 닥처 온다고 할지라도, 내 능력으로는 그것을 진정 행운으로 성사시키기에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주로 두 명의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드디어 그녀들이 차에 오르면, 나의 본능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 "학생이세요?" "네......." 거의 학생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슬쩍 백밀러로 그녀들의 얼굴을 살핀다. 거기에 내 딸아이의 얼굴만큼이나 어린 소녀들이 보인다. "진중권 아세요?" "잘 모르는데요......" 진중권을 아느냐고 물어보기 전에 잠시 갈등을 한다. 진중권을 말할까, 아니면, 거의 백수 상태로 방에 처박혀 진보신당 게시판에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후배를 소개할까 망서린다. 그러나, 나는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진중권을 선택한다. 그 결정은 1 초를 넘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후배를 소개시켜 주었다가, 진보에 대해 그녀들에게 나쁜 선입감을 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거의 백수 폐인 같은 인간이 진보라고 한다면, 그녀들은 절대로 진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하여간, 진중권을 묻는다. 진중권을 아는 경우가 딱 한번인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 조차도 미심쩍다. "진중권 아세요?" "잘 모르는데요. 누구죠? 그분?" "아! 저는 본적이 있어요. 강의는 못 들어 봤는데, 누가 이야기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저 친구는 그런데 관심없어요." 한 여성은 전혀 모르고, 한 여성은 안다고하면서, 이름만 들었다고 하고, 그러면서 자기 친구는 진중권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무식하다는듯, 자신은 이름이라도 들어봤으니, 자기 친구와는 조금 다르다는듯, 이렇게 잘난 척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진중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미학 오디세이는 대학생으로서 꼭 읽어봐야 한다는 둥, 그의 강의를 듣지 않으면, 이 시대의 고민하는 젊은이라고 할 수 없다는 둥. 강릉 터미날까지 20여분이 지나면, 어느덧 그녀들의 마음 속에는 이런 결심이 서 있을 것이다. "졸업할 때까진 꼭 미학 오딧세이를 읽어볼거야. 우리 학교에서 안하더라도, 다른 학교에서 한다고 해도 진중권 강의는 꼭 들어 볼거야."
"차비 안받는 대신 진중권 강의 꼭 들으세요." "네....아저씨....고마워요. 꼭 들을께요." 터미날 앞에서 그녀들과는 꼭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
그녀들의 아저씨라는 말이 서글프다. 그리고 나는 상상을 한다. 친구와 캠퍼스를 재잘거리면서 걸어가는 그녀들의 향기로운 앞가슴에 꼭 안겨져 있을 미학오딧세이를..........비록, 앞 장 진중권의 프로필만 읽다가 포기한 것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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