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공부하고 있는 엄형식입니다. 강원도 분들께 인사도 못하고 왔는데,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떠나면서 당 홈페이지를 통해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쓸데없이 말꼬리 잡는 사람들 귀찮아서 그냥 지내왔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보고 싶고, 함께 어깨걸고 싶은 분들이 그리웠습니다.
당의 변화과정을 온라인으로 쭉 지켜보았습니다. 결국 쌓일만큼 쌓인 문제들이 일거에 폭발해 버리더군요. 진보신당의 등장과 성장은 필연적인 과정이라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마음이 그리 밝지는 않네요. 모두들 그러시겠지만... 지난 10년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솔직히 진보신당의 미래 역시 아주 밝지만은 않으리라 예상이 됩니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당내에 정착해야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조직으로 성장하고, 당원들이 흥겨운 당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진보의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 만큼이나 운동과 당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는 이러한 태도의 변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좋은 매개가 아닐까 합니다. 제발 신당의 홈페이지만큼은 따뜻함과 배려, 치열한 토론과 고민이 넘치는 곳이었으면 좋겠네요. 홈페이지를 함께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고, 스스로 조심하고, 서로를 성장시킨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을 조금이라도 보장하기 위해서, 레디앙의 댓글에서 처럼 아이피를 절반 정도 노출시켜서, 스스로 조심할 수 있는 장치를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벨기에는 사회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사회당과 기독교사회주의의 영향력이 상당하고, 덕분에 '연대'라는 가치가 시민들 사이에 내재한 사회입니다.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전통적인 산업지역으로 사회당 지방정부가 오랫동안 운영을 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덕분에 사회주의에 대해서 딱딱한 이론이나 날카로운 논쟁이 아닌, 생활과 문화에서 경험할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가령, 제가 이곳에서 가입한 의료보험은 기독교계열, 사회주의계열, 중립계열 등등 정치적 입장에 따라 따로 따로 존재하는데(물론 국가가 일관되게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공공부문의 성격도 있지만, 가입은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민간단체적인 성격도 있습니다), 이 와중에 사회주의 의료보험에 가입해서 사회주의적인 생활문화를 느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의 경험을 조금씩이라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진보신당이 말뿐인 진보, 운동권끼리의 진보가 아니라 정말로 대중들의 삶에 뿌리 내리는 진보정당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종종 뵙겠습니다.  

작성일 : 2008-02-26 0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