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슈 생산·스타의원 배출 등 부진
ㆍ당 정책기능·외부지원 약화 지적

민주노동당이 안보인다. 원내 유일의 진보정당 민노당이 국정감사에서 좀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슈 생산을 못하고, 주목받는 의원도 없다. 부유세 논쟁·상가임대차보호법·삼성 비자금 문제 등 이슈를 주도했던 17대 국회 때와 비교하면 현실은 초라하다. 의원수가 17대(10명) 때의 절반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민노당의 부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민노당은 당초 국감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촛불집회 보복수사·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공교육 붕괴 등을 쟁점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노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묻혔다. 같은 현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당 등과 차별화된 주장을 하지도 못했고, ‘팩트’를 발굴하지도 못한 까닭이다. 강기갑 대표가 멜라민 파동의 와중에 중국산 수산물 수출입 위생약정을 완화시킨 한·중 정상회담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성과를 거뒀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당 내부에서도 침체를 인정한다. 이정희 의원을 제외하곤 비례대표 초선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분위기다. ‘핫코너’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 없다는 것도 패착이다. 당 관계자는 “문방위가 이렇게 눈길을 끌지 몰랐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당의 정책기능이 과거만 못한 점을 침체의 큰 원인으로 꼽는다. 17대 국회 당시 한 때 40여명에 이르렀던 당 정책연구원이 현재는 크게 줄었다. 17대 때 변호사·회계사 등 면면이 화려했던 정책연구원들이 의원들의 정책을 뒷받침했지만, 분당 국면에서 다수가 당을 떠났다.

외부 시민단체, 진보성향 학자들과의 네트워크 약화도 의정활동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역시 분당의 상흔이다. 강기갑 대표가 정책위의장에 외부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진보 성향의 대학교수 및 시민사회계의 인사들과 접촉했지만 실패했다. 진보정치 세력의 세대교체 등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7대 때 권영길·심상정·노회찬·단병호 의원 등은 초선이었지만, 재야에서 잔뼈가 굵은 상징적 인물들이었다. 현장 경험이 많은 만큼 의정활동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재 민노당의 초선의원들 대부분은 중앙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이 많다. 이들이 아직 정치무대에 적응이 덜된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용욱기자>

작성일 : 2008-10-15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