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아는 것 같다. 그렇게 보이려고 의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주장의 내용이나 쓰는 용어, 인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근데, 일반의 상식에 어긋나거나 뭔 소리인지 모를 때가 있다.

  아나키의 댓글이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지 말았어야 하며, 영국이 산업혁명을 일으키지 말았어야 합니다. 두 가지 사건은 인류의 비극입니다. 절대 공감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길은, 친환경 농업공동체 사회입니다. 저의 사회주의적 이상사회, 아나키 사회는 바로 농업사회입니다.”

“...인류는 전부 가난해져야 합니다. 전부 가난해야 평등합니다. 가난해야 환경이 삽니다. 가난해야 인간이 인간에 대한 지배, 인간이 자연에 대한 지배가 사라집니다. 평균적으로 부자 한 사람이 생기면 거지 600명이 생깁니다. 진보신당원들은 절대로 부자가 되지 맙시다. 다 같이 소박하게 삽시다!!!!!”

“저는, 핀란드의 부유한 평등 보다, 쿠바의 가난한 평등이 좋습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소비재와 개발에 심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저는 그것이 오히려 쿠바의 미래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富는 인류를 파멸시키는 지름길입니다. 그 富는 당연히 인간이 인간에 대한 지배로 부터, 아니, 근본적으로 그 富는 자연으로 부터 착취한 욕망의 덩어리 일 뿐입니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일으키지 말았어야 했나? 자원의 낭비, 빈부격차, 환경오염 등 자본주의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자들도 인정하는 문제다. 근데, 이런 문제 때문에 산업혁명 이전의 낮은 생산력이 지배하던 농업사회, 빈곤과 질병, 무지로 고통 받던 전근대 사회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일리가 있나? 자본주의 상품경제의 부정적 사례를 들며 적게 먹고 덜 쓰고 서로 도우며 함께살자 쯤으로 얘기하면 그냥 좋은 소리구나하고 말겠지만 가난해져야 평등하고 환경이 산다면 이걸 누가 제대로 된 주장이라고 이해하나.

  게다가 한 술 더 떠 핀란드의 부유한 평등보다 쿠바의 가난한 평등이 좋단다. 미국의 경제제제가 쿠바의 미래에 도움을 준다는 걸 쿠바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인류가 가난해져야 한다는데 하루 1달러도 못 버는 제3세계 민중들은 이 소리를 어떻게 이해할까? 이런 얘기를 상식이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나키는 부자 1명이 생기면 거지가 평균적으로 600명이 생긴다는 댓글을 단 적이 있다. 어디서 얻은 정보인지 모르나 부자와 거지의 발생이 서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경제가 성장하고 부자가 생기면 반드시 거지가 생기나? 빈부격차가 심화되면 이런 얘기도 일리가 있겠지만, 빈부격차가 심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부자들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 걸까? 역시 노동자들이 밖에 나가서 거지가 돼야 하는 걸까? 이런 얘기들은 어렸을 때 동네 형들이랑 말싸움 할 때나 쓰던 얘기 아닌가? 우린 어른이지 않나?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오늘날 자본주의 물질문명이 불러온 환경파괴와 자원낭비, 물신주의가 얼마나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농촌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이 얘기를 꺼내는 걸까? 신대륙 발견으로 유럽문명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꽃피운 다양한 문명을 파괴한 것이 오늘날 자본주의 물신주의와 환경파괴의 근원이 된다는 것인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18세기 후반의 근대혁명들을 통해 자본주의가 활짝 문을 열었지만, 콜범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자본주의의 문을 열었다는 것인가...전혀 관계가 없는 거야 아니겠지만, 글쎄...

“...성매매는 절대로 근절되지 않는다. 아마, 성매매에 사형제를 도입한다 해도 그럴것이다. 차라리, 양성화 하자. 그래서, 성의 상품화에 따른 잉여가치로 인한 혼란과, 성매매로 인한 사회적인 억압을 철저히 관리하자...”

 이런 주장을 했는데, 성의 상품화에 따른 잉여가치로 이한 혼란이란 뭔 말일까? 성매매로 인한 사회적인 억압은 또 무슨 말인가?

 ‘망사할머니’에서 여성성을 언급하는데, 여성성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 쓴 것일까? 망사할머니가 나이에 맞지 않게 자신을 꾸미려고 노력하는 데서 엘리트 여성주의자들에게서 느끼는 위선과 달리 진정한 여성성을 발견한다고 하는데 잘 꾸미고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여성성일까?

  여성성은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만이 갖는 특성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데, 좀 더 구체적 예를 들면 본인 스스로 ‘망사 할머니’에서 언급했듯이, 술이나 먹고 아내에게 폭력이나 행사했던 남편의 파시즘적 모습이 남성성이라면 그것을 이겨내고 자녀들을 다 키워낸 망사할머니의 생명력 있는 모성이 여성성이라고 할 것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예쁘게 꾸미고 잘 차려 입으려는 것이 여성들의 특성인 것도 같고, 또 예쁜 걸 나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이것은 남성들의 요구에 갇혀 버린 여성성(미스코리아 대회나 각종 외모성형에 대한 압박)이라는 순종되고 강요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물론 남성성이 항상 나쁘고 여성성이 항상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남성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성은 이렇게 나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생물학적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 더 크고 사회적 변화를 통해 이 두 특성이 앞으로 보다 긍정적으로 합치며 양성성으로 가야하지만 여성성은 나약하고, 예쁘고, 순종하는 것으로 고정적으로 사고하기보다 끈질기고, 온화하고, 포용적인 것인 긍정적 가치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망사할머니의 그러한 노력은 여성성이 아니라 그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설사 그 자존감의 표현이 여성적 표현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왜 실컷 좋은 얘기를 다하고 끝에 가서 엉뚱하게 여성주의자들에게 돌을 던지는데 이 할머니를 이용하는 걸까? 본인 스스로 “모진 세월과 남자들의 핍박 속에서도 묵묵히 이어 온 그녀의 여성성이야 말로, 진보일지 모른다고” 언급을 해놓고서 말이다.

  거참, 무슨 생각으로 여성성을 얘기한 것인지...

  뭘 좀 알고나 하고 하는 얘긴지...

  한 개만 알고 열 개를 얘기하려고 주제넘는 곡예를 부리는 것인지...

작성일 : 2008-10-01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