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로 상징되는 일부 전투적이며 급진적 여성주의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거부감은 상당하다. 똥개든 물개든 대한민국 아색히들에 대한 그녀들의 급진적이고 전투적 접근이 이런 거부감과 편견을 조장한데 일부 책임이 있다. 물론 그동안의 남성 중심적인 관행과 관습, 문화에 대한 대한민국 아색히들의 위기감과 여성주의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일상이나 직장에서 일어나는 차별적 관행은 여전하다. 여자직원만 30분 더 일찍 나와서 사무실 청소해야 하고, 아직도 성희롱을 일삼거나 여성을 커피나 타 주는 존재로 이해하는 놈들이 있고, 여아낙태 관행도 남아 있고 승진이나 취업, 해외연수 등 다양한 기회에서 여성들이 차별 받는 것도 여전하다. 이런 부당함에 열 받을 것이다. 난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의 여성주의는 경청해주고 싶지만 ‘급진성과 전투성’에는 별로 호감이 안 가기 때문에 나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것은 편견이나 감정적 거부감이 아니라 그 주장의 급진성 때문이다. 박근혜가 여성이기 때문에 지지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2차 안가면 지원금을 주겠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이유라고 본다.

  급진성과 전투성 그 자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시대적 요청을 제대로 읽고 실행수단에 대해 설득력을 갖추면 단지 급진적이란 이유만으로 거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급진적 주장을 보면 현재의 시대적 시점에서는 보면, 그 주장이 타당한지 일반의 인식은 어떤지, 실행수단은 있는 지 등 구체적 대안은 없고 단지 관념적 이상이나 추상적 목표에 대한 맹목성과 부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만으로 가득 차 있을 뿐 보통 들으나마나한 얘기들이다.

  아나키의 주장도 그렇다. 근데 아나키 스스로 그런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여성주의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참 재미있지 않나? 아나키는 일부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여성주의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얼음짱 같이 차가운 진보 여성들, 여성에 대한 인문서적으로 무장하고 언제라도 남자를 물어 뜯을 준비를 하고 마치 사나운 도사견 처럼 으르렁대는 유식한 진보여성들, 자신의 일상 생활은 전혀 진보적이 아니면서 밖에서는 진보를 부르짖는 엉터리 진보 여성들, 남자들 보다 더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전히 만만한 남성들에게 마초라고 맹공격하는 진보여성들에 비하면, 그녀의 진보는 진보라고 부르기도 창피할, 아니, 진보가 아닐지도 모를, 나는 그런 그녀의 여성성을 그녀만의 진보의 승리라고 이름 붙혀주고 싶다.”

  근데, 웃긴 게, 이걸 이렇게 바꾸니까 별 차이가 없어진다.

“...조중동 같이 무책임한 아나키물개, 제대로 알기나 하고 쓰는 것인지 부정확한 개념으로 무장하고 민주적 소통을 막는, 논리적 근거도 없이 함부로 쏟아내는 글로 언제라도 게시판 독자들에게 짜증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마치 사방에 싸지르며 소란스럽게 짖어대는 똥개처럼 뿌지직 대는 아나키물개, 자신의 일상도 자신의 급진적 주장과 일치하는 지 의심을 주는 글로 진보를 부르짖는 아나키물개, 남들보다 더 많이 발언하면서 여전히 자신의 글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앙똘레랑스라고 공격하며 자신의 글에 하나도 책임지지 않고 언제나 비겁하게 도망가는 아나키 물개를 보면, 그 자신이 반자본주의자가 아니라 반이 자본주의자라고, 그의 경솔함과 그릇된 글쓰기방식이 빚은 위선의 패배라고 이름 붙여주고 싶다.”

  바로 이거다! 본인이 급진적이고 전투적 여성주의자들에게 느끼는 그 거부감을 이곳 게시판에 드나드는 사람들도 아나키 본인에게 똑같이 느낀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 사람들이 자신의 급진적 주장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면 그 주장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대고 토론에 정정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 주장만 옳고 아무렇게나 마구 쏟아내고 책임지지 않으면 ‘아니면 말고’라며 선동질을 일삼으며 민주적 소통을 어지럽히는 보수언론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어쨌든, 무시해도 될 분에게 너무 과도한 관심과 애정을 보낸 나 자신부터 한심스럽긴 하다만, 이 분 이렇게 본인이 계속 간다면 그거야 본인 의사이지만 이런 게 진보일까에 대한 의문은 계속 들 것이다. 사람들은 이 분을 논객이 아니라 취객쯤으로 이해할 것이고 반자본주의자가 아니라 반이 자본주의인 사람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끝으로 아나키 본인이 단 댓글로 마무리 짓겠으니 한 번 읽어보고 앞으로 글쓰기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한 번 해보기를 바란다.

“ 허성민씨, 당신은 자본주의자군요. 그 동안 당신의 글을 읽어 본 결과,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그래서, 저와는 아무래도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냥 서로 지켜보기로 합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어떻게 자본주의자가 진보신당원이 되었는지..궁금하군요.”

작성일 : 2008-10-01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