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저의 생각을 보완해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기본적으로 현대 자본주의 문명이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양극화, 환경파괴적인 속성 등으로 많은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단적으로 기상이변으로 인한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이런 문제를 '가난한 평등'으로 풀겠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가난과 빈곤에 대해 개념구분을 하신다고 했는데, 이 두 낱말은 사전에서 보면 '생활이 넉넉치 못하다'는 뜻으로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설사 개념을 인위적으로 구분해서 쓴다고 할 때, 빈곤을 '절대적 빈곤'으로 이해하려는 것 같고 가난을 '상대적 빈곤'으로 이해하려는 것 같은데, 여전히 동의가 안 되네요.

  생활이 넉넉치 못하다는 것은 인간적인 삶을 누리기 위한 물질적 수단이 넉넉치 못하다는 것입니다. 판자촌에 살면 절대적으로 빈곤하다고 볼 수 있고, 10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도 100억짜리 아파트가 부러우면 상대적 빈곤을 느낀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주관적 빈곤이라는 개념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LG그룹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의 집을 부러워하면 그렇게 되겠지요.

  60-70년대 한국사회는 다수가 평등하게 빈곤했습니다. '가난한 평등'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굶어죽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지 의문입니다. 유아사망률과 질병사망률 등 의료체계도 엉망이었을 것입니다. 질높은 교육이나 안정된 문화생활 등도 거의 불가능했지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이 불가능했습니다.

  좋습니다. 설사 굶어죽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다수가 굶주림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시간 나면 하는  얘기들이 다 이런 고통스런 기억들 아닌가요? 그리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 진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해 진보를 하는 것입니다. 물질적 기반은 인간답게 살기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경제성장이 상대적 빈곤을 불러 올 수 있다고 해서 굶주림에 쪄들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60-70년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타당할까요? 경제성장으로 물자가 풍족해지고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인간은 안락한 삶을 누리고 보다 높은 차원의 문화생활도 가능해지며 사회가  발전하는 것입니다. MP3가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살았지만 MP3가 개발되면서 사람들의 삶은 더욱 윤택해졌습니다. 경제성장에 대해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설사, 가난하자는 말을 절대적 빈곤은 아니더라도 현재의 생활수준에서 뒤로 물러나자는 얘기라고 해도, 누가 현재보다 가난한 것을 더 원합니까? 안 그래도 상대적 빈곤이 심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중산층 수준으로 살았으면, 올라갔으면 하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 아닙니까?

  쿠바(또는 북한)와 미국 중 한 곳을 택하라면 저는 당연히 미국을 택할 것이고, 가난한 평등과 부유한 평등을 택하라면 당연히 부유한 평등을 택할 것입니다. 미국이 최선이라서가 아닙니다.
 
   어떤 성장이 중요하고, 어떻게 환경을 보호할 지는 분명 중요합니다.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그 경제적 성과물을 어떻게 고루 나누냐가 중요하지 마치 경제성장이 사회악인양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성장이 반드시 양극화등 부정적 결과를 낳고 가난이 반드시 자연과 공생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자의적인 구분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왜 은행에 빚을 지면서까지 사업을 하려고 하고 은행에 건물 뺏기기 싦어 어머님 명의로 이전을 하고 배추절임 장사를 할까요? 은행에 빚을 져 가난해지니까 행복해서 그럽니까 아니면 최소한의 부족함은 없이 자식 교육시키고 필요한 거 사입으면서 현재의 생활보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그러는 것입니까?

  성장(또는 성장의 효과를 갖는 분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위태롭게 된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집권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과의 공생, 조화로운 발전, 인간존중 등 환경과 경제가 함께 갈 수 있는 고민을 해야지 무슨 '가난한 평등' 같은
황당한 주장은 사람들이 수도승처럼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당신들이나 그렇게 살아라는 얘기 듣기에 딱 좋습니다. 이 문제를 개인적으로 풀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풀 것이면 보다 설득력있는 논리로 접근해야 합니다.

물질문명에 물든 인류에게, 가난한 평등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것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물질(富)가 가지고 있는 폐악을 뻔히 알면서 그것을 분배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불교 경제학이란 말이 있습니다. 정식으로 학문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만, 일본의 불교 사회운동의 창시자 모모마쯔 엔따이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불교의 中道는, 불교는 정신적인 해탈을 중요시 여기지만, 물질 또한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물질은 소박한 것이라야 한다 라는 것입니다.
가난한 평등은, 소박한 경제를 이야기 합니다.
소박한 경제는, 생명 농업을 이야기 합니다.
물질 문명이 무너지기 전에, 인류는 그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저의 아나키즘, 사회주의는 그것에 대한 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