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에서 공부하던 첫째 딸 주희가 내려왔다.

회를 좋아하는 주희를 데리고, 고모네 횟집에 가서 어린 광어 세코치를 사주었다.

나는 소주를 마셨다.

주희는 얼마나 공부에 전념했는지, 얼굴이 핼쓱하다.

내가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예술이라는 것은, 형식을 배우는 것은 별로이고 느낌과 가치를 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건만.

그렇더라고 주희가 대견했다.

오랜만에 흠뻑 취했다.

까무룩, 술 너무 마시지 말라는 주희의 말이 귓가에 아득해졌고, 벌써 아침이었다.

5시 40분. 대낮 부터 마시기 시작한 술에 취해 초저녁에 잠이 든 모양이었다.

가족들을 깨우기 싫어 등산화를 신었다.

자동차로 늘 지나다니던, 정동진에서 허화로 가는 국도변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호기심에 그 길로 들어섰고, 아! 정동진 썬쿠르주가 보였다.

평소, 썬쿠르즈에 대한 악감정이 이 때만큼은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썬쿠르즈는, 오폐수 때문에 시청과 오랜동안 싸웠으나, 썬쿠르즈가 가지고 있는 관광 효과 때문에

시청에서 손 들고 말았다.

지역 경제 활성하라는 이름 때문에 불법을 눈 감아 준 셈이 된 것이다.

사이코라고 이름 붙힌, 후배가 키우는 개.

후배 역시, 선배라는 인간으로 부터 이 개를 억지로 떠맡겨졌다.

너무 짖어대서 도저히 주택가에서는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사이코는, 우리 집에서 찬밥이다.

후배는, 사이코의 집과 밥그릇 조차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사이코는 자신의 처지로 말미암아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후배가 키우는 다른 개의 먹이를 옆에서 훔쳐 먹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라도 굶을 지 모르는 자신의 처지에 대비하여 수시로 먹이에 게걸스럽다.

그것이 불쌍하여, 우리 딸아이들이 자주 먹이를 챙겨주었더니, 우리 집 문 앞에서 떠나지 않는다.

게다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는 보헤미안이라, 누구라도 잘 따라다닌다.

글쎄, 이 놈이 정상 까지 나를 따라 온 것이다.

역시, 싸이코는 싸이코다.

싸리버섯이다.

가을에 접어드나 보다.

곧 송이도 나타날 징조다.

싸리버섯은 말려서, 물에 뿔려서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사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냥 먹어도 괜찮았다.

아마, 어릴 때부터 산림청에 근무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싸리버섯을 많이 먹어서인 모양이다.



멀리 정동진이 보였다.

기마봉이다!

작성일 : 2008-08-31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