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빠가 목욕탕 넓은 냉탕에서 아이와 물 장난을 하고 있다. 외모만 보더라도 그가 착하고 건실할 거라고는 믿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보아도 탐낼만한 딱 좋은 신랑감이다.
적당한 키, 짧은 하이칼라 머리, 근면함이 몸애 밴듯한 살찔 틈이 없는 날씬한 몸매, 우직함과 명민함이 섞인 얼굴....그 모습 그대로 늙어간다해도 약간의 주름살과 흰머리만 생길 것도 같다. 그런 성실한 모습의 늙음은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할 것도 같다.
직업은, 틀림없이 안정된 공무원이나 교사, 그게 아니라면 공기업 직원 정도.....그래야 저런 성실함을 유지할 수 있을 터이니...

나는, 온탕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며 두 사람을 지긋이 흐믓하게 바라 보았다. 두 딸만 키워낸 나는, 아들과 목욕탕에 같이 가는 것이 부러웠다. 부러움의 시선도 역시 나를 속일 수 없었다.
한편으론, 나도 아들만 있었다면, 저렇게 가정적일 수도 있었을 터인데,..하는 착각에도 빠져 본다.

저런 사내라면, 아내 역시 탐낼 것이다. 과거에는, 나에게 강력하게 원하면서 항상 불만이었던 것이고, 그 희망을 사윗감으로서 택할 조건일 것이다.
가정적이지 못하다는 말은, 결혼 생할 내내 내가 아내로 부터 들어야 했던 억눌림이었다. 나는 그것 때문에 주눅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가족들에게 당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언젠가 술이 취해 첫째에게 이런 소리까지 해대었다.
"아빠는, 가족 밖에 모르는 가정적인사윗감 싫다."
"아빠는, 진정한 사회주의자라면 어느 누구라도 좋다."
"아빠는, 부자 사윗감도 싫다.""
"아빠.....나도 그래....."
다행히, 딸 아이는 내 말에 동조를 해 주었다. 내 기분을 맞추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딸아이의 말에 몹시 기분이 좋았다.

원시 공산사회에서는 가족의 개념보다 공동체의 개념이었을 것이다. 모계사회로서, 섹스 조차 사유화되지 못했을터이고, 여성에게 선택권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도 공동체에서 양육이 되었을 터이고.
그것이, 정착생활을 하고 농업이 시작되면서, 초기 자본주의 사회가 시작이 되고,...
가족은 섹스의 사유화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섹스의 사유화는 곧 모든 것의 사유화를 의미했다. 모든 것에 대한 욕망은 국가 형성의 밑거름.
따라서, 가족이란 절대 왕조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절대단위이자 선봉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극도로 발전한 산업자본주의는, 그것의 절대적인 신봉자였던 가족 마저도 해체시키려고 하는, 배신을 하려 하고 있다.

저, 착한 아빠와 아이의 나른한 일상의 그림이 언제까지 그려질 것인가.
나를 그토록 옥죄었던 함몰된 의미, 가족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작성일 : 2008-09-01 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