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대에 소작농이 지주에게 내야 하는 지대(소작료)는 보통 수확물의 50%를 상회하였고, 심할 경우 90%에 달하였다. 도저히 먹고 살 수가 없던 땅 없는 농민들은 땅을 찾아 간도 등지로 이주하였다. 그래서 해방 직후에 국민의 절대 다수인 농민들의 소원이자, 당시 최대 사회 현안은 바로 토지개혁 문제였다.
1946년 3월, ‘무상 몰수, 무상 분배’ 방식으로 진행된 이북의 토지개혁은, 대지주들의 땅을 모두 몰수한 후 이들에게 전혀 땅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고, 타지로 보내서 그곳에서 땅을 분배해 주었다. 그런데 이 토지개혁은 교회를 둘로 분열시켰다. 토지개혁에 대해, 땅 있는 기독교인들은 반대하고, 땅 없는 기독교인들은 찬성함으로써, 토지개혁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이북의 교회가 좌익과 우익으로 분열한 것이다. 좌익은 조선기독교도연맹(오늘날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우익은 이북오도연합노회를 따로 구성했는데, 우익은 나중에 월남하여 반공 기독교의 핵심이 되었다.
그리고 땅을 빼앗긴 지주 기독교인들과 공산주의자들의 충돌이 발생하였는데 그 대표적 사건이 바로 ‘신천 학살사건’이다. 한국전쟁 기간 중 신천군 인구의 4분의 1인 35,383명이 사망하였는데, 이 사건은 황석영의 소설 『손님』의 배경이 되었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군이 학살했다고 주장하면서, 신천박물관을 세워 반미의 선전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황석영이 신천을 방문해서 주민들을 만나고, 나중에 미국에 가서 신천 출신의 기독교인들과 목사들을 만난 인터뷰한 결과, 미군은 신천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국군도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누가 학살범인가? 황석영은 바로 한 동네에서 서로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끼리 죽고 죽인 것이며, 우리 민족에게는 바로 기독교와 공산주의가 바로 천연두의 별칭인 손님마마처럼 무서운 손님이었다고 주장하였다.
그 요지는 이렇다. 토지개혁에 의해 땅을 빼앗기고 산으로 피신한 기독교인 청년들이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라디오로 듣게 되었다. 이들은 무기고를 습격하고 무장봉기하였다. 그리고 토지개혁을 추진한 인민위원회 간부들, 곧 그 대부분이 일제 시대에 땅 없는 가난한 농민들이었던 사람들과 그 가족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학살의 주요 동기는 바로 토지개혁으로 땅을 빼앗긴 것에 대한 원한이었다.
후퇴하던 인민군이 이것을 알고 신천군에 들어와 기독교인들을 학살하고 떠났다. 다시 신천군을 장악한 기독교인들이 남은 사람들을 학살하였는데, 일제 시대에 파 놓은 방공호에 부녀자들을 가두고 석유를 끼얹어 불태워 죽이기까지 하였던 것이다. 그 후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후퇴하면서 우익 기독교인들도 대부분 월남하였다. 오늘날 언론 보도에 의하면, 월남한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이북의 땅문서를 지금도 갖고 있고 통일되면 땅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땅문서를 거래하고 있다.
신천 학살 사건은 이북의 토지개혁을 둘러싼 지주 기독교인과 공산주의자 사이의 대립과 충돌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었는가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글의 머리에서 언급한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대해, 한국 교회의 일각에서는 제국주의 선교방식의 문제와 별개로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적 성경 전달에 의한 구령의 열매를 강조한다. 그러나 신천 학살사건을 생각할 때, 그 배 이름을 딴 셔먼 장군의 ‘땅 40에이커와 노새 한 마리’에 담긴 “토지가 없으면 자유도 없기 때문에 노예였던 흑인들에게도 토지를 주어야 한다”는 기독교적 평균 지권(平均 地權) 사상이 이북 교회에 전해지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이북 지주 기독교인들이 평균 지권 사상을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실천하여 일제 시대와 해방 직후에 땅 없는 농민들에게 땅을 나누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신천학살사건과 같은 피 흘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교회는 농민의 절대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소련군대의 무력이 김일성을 비호했다 하더라도 기독교계의 조만식이 집권하여 이후 전개된 분단과 전쟁이라는 비참한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가 한반도에서 진행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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